전제조건 제시하며 '기싸움'
당분간 지지율 올리기 총력
협상서 유리한 고지 선점 포석

유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당이 사람 몇 명을 정리하는 것 정도로, 다시 말해 분칠로 자기들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수 후보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청산”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 1, 2위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되더라도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야 하는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유 후보는 이날 ‘정치 스승’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단일화에 대해 “원칙, 명분이 중요하지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도 “연대 문제에 빠지면 가야 할 길을 잃고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후보가 일단 조기 단일화 추진에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2%대의 현재 지지율로는 단일화 협상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보수주자로서 자신의 가치와 정책을 적극 국민에게 설명해 지지율을 10% 정도로 끌어올린 뒤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른정당은 이날 유 후보의 의중을 반영해 대선을 진두지휘할 선거대책위원장에 김무성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유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고집하는데 내가 부득부득 우겨 모셨다”며 “지금부터 저와 당의 모든 분들이 일심동체가 돼 우리가 바른정당을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유 후보의 승리를 위해 모든 정치경력을 다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분간 단일화와 연대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