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늘 새로움 찾고, 따뜻한 금융 잊지 말라"
오는 23일 퇴임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69·사진)은 14일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따뜻한 금융’을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두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새로운 대출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담보 잡고 하는 대출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며 “장기적인 신뢰를 위해서는 고객을 위한다는 진정 어린 자세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 회장은 재임 기간 중 디지털·글로벌 경영을 선도해왔다. 한 회장은 하지만 “인공지능(AI)이나 핀테크(금융+기술) 등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1등 금융그룹 자리를 수성할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본업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의 상품 등은 사실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고객 자산을 어떻게 불려줄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한사태에 대해서도 마지막 당부를 했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는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와 승계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이 미래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며 “마음의 응어리가 있더라도 신한의 미래를 위해 내려놔야 할 때”라고 했다. 또 “신한을 사랑하는 선배들이 각자 과거의 짐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금융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충돌한 사건으로, 회장의 연임이 무한정 가능한 시스템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한사태로 라 회장과 신 사장이 모두 물러난 뒤인 2011년 2월 회장에 취임한 한 회장은 분열된 신한금융그룹 조직을 수습해 1등 금융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회장 내정자에게 바통을 물려주고 퇴임한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 임기를 만 70세로 제한한 룰이 연임을 가로막는, 자승자박의 룰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잘 정해진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그 룰을 만든 당사자로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했다.

신한금융 인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일본 주주들은 좀 더 신한금융을 경영해줄 것을 바랐지만 한 회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퇴임 후 신한금융 고문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그는 “후배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경험을 나눠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만 고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물러날 때는 확실히 물러나는 것이 신한금융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평소 지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셈이다.

그는 조 회장 내정자와 새로 신한은행장에 오른 위성호 행장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조합이 최강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에게 과거 하던 식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사나 예산 등 업무에서 공평하게 하고 사적인 인연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며 “밑에서 다 보고 있고 역사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퇴임 후 가족여행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한 회장은 “1970년부터 47년 직장생활을 해 섭섭한 마음은 없다”며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이현일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