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니형지니] 내 발에 맞는 러닝화, 뛰어보면 안다더니…
[현지니형지니] 내 발에 맞는 러닝화, 뛰어보면 안다더니…
"헉헉."

20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몰. 기자 둘이 때아닌 달리기 시합을 벌였다. '저질 체력'들이기 때문에 속도로 겨루지는 않았다. 누구의 폼이 더 좋은지 붙는 한판 대결이었다.

판정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했다. 그의 이름은 '런 지니'. 아디다스코리아에서 론칭한 러닝 분석 및 러닝화 추천 시스템이다.

'최첨단', '40단계로 러너의 발 구조 분석', '최적의 러닝화 추천'. 이날 아디다스 매장으로 호기롭게 출동하기 전에 설명받은 내용이었다.
아디다스 '런 지니'. 사진 김현진 기자
아디다스 '런 지니'. 사진 김현진 기자
◆"이거라고요?"

'런 지니'는 단출하다.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만 한 센서와 아이패드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매장에 따로 설치된 시설이라도 있을 줄 알았던 기자들은 묻고 말았다. "이거라고요?"

크기만큼 작동법도 간단하다. 먼저 사용자의 성별, 신발 사이즈, 러닝 빈도 등의 정보를 앱에 입력한다. 센서를 아이패드 화면 위에 올려 페어링(연결)시킨다. 인식이 끝나면 센서를 운동화 끈 가운데 고정한다. 여기까지 마쳤다면 달릴 일만 남는다.

기자들은 매장 직원의 권장대로 쇼핑몰 내부를 1분여 달렸다. 도중에 센서 연결이 해제되는 '불상사'가 발생해 한 번을 더 달렸고, 속으로 욕하면서 또 한 번 달려야 했다.

그동안 센서는 기자들의 러닝 정보를 수집했다. 대략 40단계에 해당되는 세부 사항들을 자동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도출한다.

◆ "이게 끝인가요?"

'저질 체력’의 기자 두 명이 나름의 마라톤을 마치고 돌아왔다. "자. 다음 테스트는 뭐죠" 기자의 물음에 매장 관계자는 분석한 정보를 앱으로 내밀었다. "이게 끝인가요?"

런 지니는 카메라 영상을 촬영하거나 발을 스캔하여 데이터를 얻는 기존 방식에 비해 웨어러블 센서를 활용하여 한층 더 빠르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전형진 기자의 측정 결과.
전형진 기자의 측정 결과.
김현진 기자의 측정 결과.
김현진 기자의 측정 결과.
'역시 최첨단'이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를 스칠 때 분석을 보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두 가지가 전부였다. "이게 끝인가요?"라는 말이 또 나왔다.

발바닥을 뒤꿈치와 가운데, 앞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어디로 착지하는지,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지 바깥쪽으로 꺾이는지를 각도로 수치화시켰다. 착지 각도와 회내 각도(발목이 꺾이는 각도)를 아디다스가 정한 기준치와 비교해 기자들이 어떤 유형의 러너인지를 알려줬다.

두 기자 모두 뒤꿈치부터 땅에 닿는 '힐스트라이커' 타입이고 뛸 때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과회내'였다. 성별, 신발 사이즈, 러닝 빈도·목표·지형, 부상 전력 등 사전 입력한 정보 분석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남녀 혹은 발의 크기별로 착지·회내 각도 기준에 차이를 두는 등 유형별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았다.

궁금증이 생겼다. 테스트 신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까. 아디다스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마라톤화·슬리퍼 등 여러가지로 테스트 해봤다. 이상하게 걸으려고 의식하고 걷지 않는 이상 결과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미드솔이 두껍게 제작된 '울투라부스트 ST(맨 위)'. 사진 김현진 기자
미드솔이 두껍게 제작된 '울투라부스트 ST(맨 위)'. 사진 김현진 기자
솔루션을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런 지니가 데이터를 토대로 직접 러닝화를 추천하진 않는다. 추천은 매장 직원의 업무다. 아디다스에서 판매중인 107개 제품 전체가 대상도 아니다. 사용자별 '최적의 러닝화' 추천은 매장 재고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전형진 기자는 쿠셔닝에 중점을 둔 '울트라부스트 ST' 제품을 추천받았다. 이 제품은 발바닥의 안쪽을 받쳐주는 미드솔이 다른 제품에 비해 높다. 깔창이 지지대가 돼 과회내를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어쩐지 그의 뛰는 폼이 이상했다.

그런데 양발의 각도에 차이가 없었던 김현진 기자도 같은 제품을 추천받았다. "젊어서 그렇다"며 자랑한 균형감각은 반영되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그 역시 힐스트라이커에 과회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디다스에 따르면 전체 러너의 75%는 힐스트라이커다. 또 러너의 절반은 5도 이상의 과회내를 포함한 회내 현상을 보인다. 런 지니가 각도·균형 여부별로 세분화해 최적의 러닝화를 찾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러너는 매장 직원에게 같은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글·사진=김현진/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