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작하는 새 학기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는 학교가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단 한 곳뿐이라고 한다. 전국 5564개 중·고교 가운데 1학년에 역사·한국사 교과목을 편성한 연구학교 신청 대상은 중학교 100개와 고등학교 1662개 등 모두 1762개다. 교육부가 기대했던 채택률 20%는 고사하고 ‘0%’를 겨우 면한 것이다.

교육부는 당초 올 3월 신학기부터 국정교과서를 보급하려 했으나 지난해 12월 이를 철회하고 대신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는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받아 역사교육 활성화와 교습법을 연구키로 한 것이다. 연구학교 지정은 시·도교육청 소관인데 지난 15일까지 접수 결과 문명고와 구미 오상고, 영주 경북항공고 등 경북지역 3개 학교만이 신청했다. 오상고는 재학생 반발로 철회했고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를 열지 않아 탈락했다.

전국에서 단 한 곳만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됐다는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참담한 실패다. 아무리 국정 공백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검정교과서들의 편향된 이념과 오류를 교정하겠다고 정부가 44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국정화 정책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전적으로 교육부 책임이다. 그런데도 어제 기자간담회에는 장관은 물론 차관도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가 다음 정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지적을 받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러는 사이 좌파 교육감들이 장악한 서울·광주·강원교육청은 일선학교에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시달하지도 않았다. 전교조 민노총 등 단체들은 일선 학교로 몰려가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일부 학부모들이 1인 시위를 벌이면서 검토 회의 자체를 열지 못한 학교도 있었다. 교과서를 선택할 자유를 달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 세력들이 학교와 학생의 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2014년 교학사 사태에 이어, 정부가 주도한 국정교과서까지 학교에 배포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좌익의 ‘거짓말’ 역사교과서를 사실상 방치한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