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새조개·꼬막·대합…
올해 새조개가 풍작이다. 바닷속 해초류가 풍부해서 예년보다 어획량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현지 가격이 1㎏에 4만원 선. 새조개는 산란을 앞둔 1~2월에 살이 통통하고 맛도 최고다. 바로 지금이다. 쫄깃하고 담백하면서 입안 가득 달큼한 맛이 감도는 겨울 별미! 생으로 먹어도 괜찮지만 식중독균 노로바이러스를 피하려면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먹는 게 좋다. 일명 ‘새조개 샤부샤부’다. 그중에서도 새 부리를 닮은 발 부위가 최고다. 취향에 따라 초장, 간장, 쌈장에 찍어 먹어도 된다.

새조개는 속살이 작은 새, 혹은 부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충남 남당항 등 서해안 일대와 남해안 전역에서 많이 난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글리코겐이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호박산과 글루타민산이 많아 웰빙식으로 인기다.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에 강장 효과까지 들어 있으니 금상첨화다.

겨울 별미로 꼬막을 빼놓을 수 없다. 새조개 맛이 상큼하고 맑은 쪽이라면 꼬막 맛은 좀 더 짭조름하고 진한 편이다. 값이 비싸고 귀한 참꼬막은 껍질이 두껍고 식감이 쫄깃하다. 조금 저렴한 새꼬막은 껍질이 얇고 맛이 약간 싱겁다. 덩치 큰 피조개는 붉은 헤모글로빈 덕분에 단맛이 더 난다. 도심에서도 꼬막맛을 쉽게 볼 수 있다. 단골집 주인에게 참꼬막이나 새꼬막에 피조개를 섞어서 살짝 데쳐 달라고 하면 ‘일석삼조’다.

‘꼬막 삼총사’에 견줄 만한 조개로 대합을 꼽을 만하다. 대합은 맛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전복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옛 궁중연회에 자주 쓰였다. 껍질이 매끄럽고 윤이 나며 아래위가 맞물린 모습이 부부 화합을 상징한다 해서 일본에선 혼례상에 오른다. 신선한 대합은 회로 먹고 탕, 찌개, 전골로도 즐긴다. 살을 발라 전을 부치거나 제 껍데기에 도로 넣어서 찜, 구이를 하는데 숯불에 노릇하게 구운 대합 살의 깊은 맛은 진미 중 진미다.

남해안 대합이 ㎏당(5~7개) 1만원 안팎이라니 가격도 착하다. 한겨울 지나 2월부터 맛이 더 깊어진다. 큰 몸집에 껍데기 길이가 8㎝를 넘고 높이도 6㎝ 이상이어서 대합(大蛤)으로 불린다. 두꺼운 껍데기는 바둑돌로 활용되고, 태운 가루는 고급 도료에 들어간다. 표면 색과 무늬가 아름다워 보석, 인테리어 세공으로도 인기다. 내적 풍미와 외적 미감을 겸비한 ‘조개의 여왕’답다.

새조개나 꼬막, 대합 가릴 것 없이 안주와 해장용 술국으로도 그만이다. 주당들에겐 이보다 좋은 겨울 진객이 따로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