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야심찬 목표(BHAG)
BHAG라는 말은 미국의 경영 평론가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래스가 1994년 펴낸 《비전을 가진 기업들의 성공적인 습관》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크고(big) 대담하며(hairy) 도전적인(audacious) 목표(goal)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BHAG는 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한 노력의 방향등이 되고, 나아갈 길을 가르쳐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BHAG를 정하고 이를 실천하자고 하면 경영자나 대주주가 멈칫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기업의 생존이지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BHAG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되, 변화무쌍한 환경에 따른 적응력도 함께 갖추는 것이다.

이런 명제는 비단 기업뿐 아니라 우리 각 개인과 가정,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돌이켜보면 1960년대 새마을운동이 지향하던 ‘잘살아보세’라는 목표는 그 당시 한국 사회의 BHAG였다. 이 단순 명쾌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우리 국민은 일치 단결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 개발을 이뤄냈다.

지금 한국 사회는 혼란스럽고 걱정스럽기 이를 데 없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및 긴장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러시아 일본은 저마다 ‘강한 지도자’를 필두로 세계 각지에서 힘을 과시하며 갈등도 피하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외교 국방 정책은 어디로 튈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탄핵’과 ‘국정 농단’이라는 엄중한 정치적 혼란 속에 사회는 분열되고 불평과 불만이 분출되고 있으며, 외교조차 상실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국민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BHAG를 설정하고 그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BHAG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돼줄 수 있다. 서로 다른 의견과 방법들은 그중 어느 것이 BHAG를 달성하기 위해 더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선별해내야 한다. 그렇게 결정된 방법과 정책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수용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어지러운 사회 현실에 울분을 토하는 것에 더해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BHAG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BHAG를 성취할 수 있는지를 가족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보면 어떨까.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