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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의 국제공조가 맥을 못 추는 경우도 많다. ‘인간 백정’으로 불리는 우간다의 반군 두목 조지프 코니는 수배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국제형사재판소가 그를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2006년 인터폴이 최고등급 수배자로 공식 지목했는데도 여태껏 잡히지 않고 있다.
인터폴(ICPO: 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은 유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제조직이다. 회원은 약 190개국, 본부는 프랑스 리옹에 있다. 각국 경찰의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범죄자를 인도하는 게 주요 임무다. 1914년에 창설됐으니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런던경시청 총감이 유럽 각국의 범죄수사에 필요한 지문을 한 데 모으자고 제안한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인터폴의 수배 등급은 8가지다. 적색수배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와 조직폭력범, 50억원 이상의 경제사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다. 청색수배는 요주의 인물 정보, 녹색수배는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 방범 정보, 황색수배는 실종자 신원 확인, 흑색수배는 변사체 정보, 오렌지색수배는 무기 등의 위험, 보라색수배는 은신처 정보, 유엔 안보리 특별수배는 유엔 제재 인물에게 내려진다.
이 가운데 최고등급은 적색수배다. 범인 검거 즉시 해당국가로 송환한다. 조지프 코니 등 잔학하고 죄질이 나쁜 흉악범이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조5000억원의 다단계 사기를 치고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세월호 사고 당시 프랑스에 거주하던 유섬나 씨(유병언의 장녀) 등이 적색수배를 받았다.
최순실 사건으로 특검이 인터폴에 요청한 정유라의 적색수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부정입학 의혹 등의 업무방해 혐의가 과연 흉악범에 준하는 것인지가 요체다. 인터폴의 적색수배 대상 심사에는 1주일이 걸린다. 그만큼 신중하다. 정유라의 경우는 심사가 진행되기 전에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혀 공식적인 수배 요청은 보류됐다. 자칫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쓴다’는 소리를 들을 뻔한 건 아닌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