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LPGA 시즌 개막전인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 출전한 장하나(가운데), 김효주(오른쪽 두 번째), 배선우(오른쪽 첫 번째), 펑시민(왼쪽 두 번째) 등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대회 개막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KLPGA 제공
2017 KLPGA 시즌 개막전인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 출전한 장하나(가운데), 김효주(오른쪽 두 번째), 배선우(오른쪽 첫 번째), 펑시민(왼쪽 두 번째) 등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대회 개막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KLPGA 제공
“3년 전 이곳에서 우승한 좋은 기억이 있다. 우승하면 사자의 포효 세리머니를 하겠다.”

2017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개막전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 출전한 장하나(24·비씨카드)의 자신감은 드높았다. 2013년 챔피언에 올랐을 때도 광저우의 사자호CC였고 그때 ‘악마의 코스’로 불렸던 이곳에서 3언더파를 기록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3승을 올린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다. 하지만 첫날부터 장하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강의 난코스로 변신한 또 다른 사자호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장하나는 16일 막을 올린 현대차중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를 쳤다. 공동 5위. 그는 올 시즌 LPGA투어에서 평균타수 69.976타로 5위에 오를 만큼 정교한 샷을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투어 개막전에서 오버파를 친 107명의 출전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이날 라운드에선 캐나다의 비비언 추이가 14오버파를 친 것을 비롯해 10오버파 이상이 13명이나 쏟아졌다. 언더파는 한 명도 기록하지 못했다.

사자호 코스는 길이가 5791m로 짧다. 하지만 까다로운 그린과 좁은 페어웨이, 강한 바람이 선수들을 물고 늘어졌다. 단단한 그린에 떨어진 공은 구겨놓은 종잇장처럼 울퉁불퉁한 경사면을 맞고 사방으로 튀었다. 홀컵으로 향하던 공은 홀컵 근처에서 일쑤 좌우로 흘렀다.

장하나와 한·중 여자골프 대표 챔프의 격돌로 관심을 모은 펑산산(27)도 홀컵 주변을 오락가락하며 이븐파를 쳤다.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맞바꿨다. 지난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 이후 LPGA투어 2승을 수확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탄 펑산산이지만 이날만큼은 그린 공략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나마 펑산산은 단독선두에 이름을 올려 이 대회 최초의 외국인 챔피언을 노릴 수 있게 됐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대회는 10년 동안 모두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광저우가 고향인 펑산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에서 가까운 코스라 연습을 많이 해봤다”며 “중국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인 만큼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1년째인 이 대회 최다승 챔프에 도전하는 ‘스윙의 정석’ 김효주(21·롯데) 역시 까다로운 코스에 쩔쩔맸다. 세컨드샷이 조금만 좌우로 밀려도 수세미처럼 엉켜 있는 덤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그린 주변 경사면을 맞고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포대그린으로 솟아 있는 11번홀(파4)이 대표적이다. 김효주의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만 것. 네 번째 샷을 홀컵에 그대로 집어넣지 못했더라면 2타 이상을 잃을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효주는 장하나와 같은 공동 5위(2오버파)에 자리했다.

김영 프로(SBS해설위원)는 “홀컵이 마치 요새처럼 언덕과 내리막 경사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며 “그린 스피드가 느리게 세팅된 탓에 선수들이 거리를 제대로 못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