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갖고 싶어"
그중에서도 그의 다채로운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 지난 18일 종영한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 세자였다. 필리핀 세부에서 드라마 성공의 포상 휴가를 즐기고 막 돌아온 그를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영은 왕세자인데 천방지축에다 철이 없기도 하죠.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다른 왕세자와는 완전히 다른 ‘팔색조’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한복 때문에 사극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예쁜 한복을 입어보겠어요, 하하.”
외모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엄청난 ‘노력파’다. 촬영이 끝나고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다시 찍자”고 매달렸다. “이영이다, 내 이름” “불허한다”와 같은 명대사도 수많은 연습 끝에 탄생했다. “대본에서 이런 명대사를 볼 때마다 제가 막 두근거리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의 마음에 딱 꽂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녹음하면서 목소리 톤, 말투까지 계속 연습했죠.”
‘내일도 칸타빌레’를 할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첼로와 지휘를 배우고 임했다. 박보검은 “‘참 좋은 시절’ 땐 사투리, ‘응답하라 1988’에선 바둑,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거문고와 승마를 배웠다”며 “배우는 늘 배우는 직업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말했다.
대답 하나하나에서 ‘바른생활 사나이’의 면모가 느껴진다. 세부에서 가장 큰 일탈이 “한식당에 가기 싫어 몰래 현지 식당에서 밥 먹은 일”이란다. 방송계에서도 미담이 쏟아진다. 예의가 바른 것은 물론이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선배들의 분장을 도와줄 정도다. ‘포스트 송중기’라는 말에는 “좀 더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며 부끄러워했다. ‘착한 이미지’에 부담은 없을까.
“아버지께서 늘 ‘10-1=0’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말짱 꽝’이라고요. ‘착한 이미지’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행동하지는 않아요. 그건 나쁜 거잖아요, 하하.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lsh8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