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23·사진)은 하나의 캐릭터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에게 삶은 토란을 건네던 꼬질꼬질한 소년 수봉(영화 ‘명량’), 철없는 부잣집 막내아들 고영준(KBS ‘원더풀 마마’), 천재 첼리스트 이윤후(KBS ‘내일도 칸타빌레’), 연쇄살인마 정선호(KBS ‘너를 기억해’), 바둑 신동 최택(tvN ‘응답하라 1988’)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그중에서도 그의 다채로운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 지난 18일 종영한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 세자였다. 필리핀 세부에서 드라마 성공의 포상 휴가를 즐기고 막 돌아온 그를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영은 왕세자인데 천방지축에다 철이 없기도 하죠.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다른 왕세자와는 완전히 다른 ‘팔색조’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한복 때문에 사극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예쁜 한복을 입어보겠어요, 하하.”

외모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엄청난 ‘노력파’다. 촬영이 끝나고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다시 찍자”고 매달렸다. “이영이다, 내 이름” “불허한다”와 같은 명대사도 수많은 연습 끝에 탄생했다. “대본에서 이런 명대사를 볼 때마다 제가 막 두근거리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의 마음에 딱 꽂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녹음하면서 목소리 톤, 말투까지 계속 연습했죠.”

‘내일도 칸타빌레’를 할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첼로와 지휘를 배우고 임했다. 박보검은 “‘참 좋은 시절’ 땐 사투리, ‘응답하라 1988’에선 바둑,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거문고와 승마를 배웠다”며 “배우는 늘 배우는 직업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말했다.

대답 하나하나에서 ‘바른생활 사나이’의 면모가 느껴진다. 세부에서 가장 큰 일탈이 “한식당에 가기 싫어 몰래 현지 식당에서 밥 먹은 일”이란다. 방송계에서도 미담이 쏟아진다. 예의가 바른 것은 물론이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선배들의 분장을 도와줄 정도다. ‘포스트 송중기’라는 말에는 “좀 더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며 부끄러워했다. ‘착한 이미지’에 부담은 없을까.

“아버지께서 늘 ‘10-1=0’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말짱 꽝’이라고요. ‘착한 이미지’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행동하지는 않아요. 그건 나쁜 거잖아요, 하하.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lsh8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