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경우 으레 손끝을 바늘로 딸 때가 많았다. 신기하게도 ‘끅’하는 트림이 나오면서 바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또한 중풍이 오려고 할 때 응급처치 중 하나로 손끝을 따기도 한다. 이런 경우 기혈이 상부로 몰려가는 바람에 피가 제대로 나지 않아 결국 열 손가락 끝을 다 따기도 한다.

이렇게 손을 따야 할 경우 그 부위를 만져보면 대부분 차가울 때가 많다. 손, 발 쪽으로 기혈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체온 전달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을 따 출혈을 일으키면 일시적으로 순환이 촉진돼 한쪽으로 몰려 올라간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끔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정확한 위치는 큰 의미가 없다. 논두렁에 물꼬를 낼 때도 일단 둑을 조금 터서 물이 어느 정도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십선혈 사혈요법에서도 일단 피를 조금 내 기혈순환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출혈을 일으킬 부위와 바늘 등은 충분히 소독해야 한다. 가능하면 의료기관을 찾아 일회용 침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러나 아무리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응급처치는 말 그대로 급박한 상황에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조치일 뿐이다. 그러므로 일단 숨을 돌린 다음엔 반드시 전문 의료인을 찾아가 근본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응급처치만 믿고 계속 방치하다간 오히려 병을 키워 나중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