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으로 스친 1만7238개의 인연
취준생 정장 대여해주는 '열린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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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옷장'에서 빌릴 수 있는 정장을 처음 본 느낌입니다. 기증받은 중고 정장이라기엔 참 깔끔했습니다. 반듯한 어깨와 날 선 바지 주름이 인상적입니다. 열린옷장은 장농 속에서 잠자는 빛바랜 정장을 기증받아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 하반기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뉴스래빗이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 자리잡은 열린옷장을 찾은 지난 9일, 평일 오후였지만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추석 전후 몰린 대기업 하반기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정장 한 벌도 최소 20만원을 호가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은 취준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열린옷장은 취준생들에게 3박 4일 동안 2만~3만원이면 정장을 빌릴 수 있습니다. 정장 상하의 뿐만 아니라 구두 넥타이 블라우스 셔츠 벨트 등 액세서리도 2000~5000원이면 빌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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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대여를 담당하는 안재현 사원은 "지방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정장 대여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여 방법과 절차는 열린옷장 홈페이지(https://www.theopencloset.net) 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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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는 '면접', 중요한 순간을 위해 입어야할 단정한 '옷', 옷깃이 스치며 만들어낸 아름다운 '사연'들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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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열린옷장을 통해 기증자님의 정장을 대여하게 된 이유림입니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급하게 인턴 면접이 잡히게 되었는데 당장 정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증자님의 옷을 받게 된 열린옷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덕분에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쓰던 중간에 합격 연락이 왔어요.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2015년 한 해도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여 200대 1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필기에 합격했을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봅니다.
저 같은 늦깎이 취업준비생에게 격려와 도움이 되시는 열린 옷장에 감사하고 봉사해주시는
인수네 세탁소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꼭 합격해서 이 옷을 입는 많은 분들께 용기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편지를 씁니다. 저의 다시 오지 않을 20대 절반을 고시 공부로 보내고 다 포기하려던 순간 좋은 기회로 필기합격을 하고 그리도 바라던 면접장에 들어서는 느낌은 참 오묘했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그리고 아직도 취직준비로 힘든 청년구직자들에게도 저와 같은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시길 기도합니다. 열린옷장 여러분, 그리고 수많은 기증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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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인 열린옷장은 비영리를 추구합니다. 정장 대여 수익으로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식권 기부 활동을 벌입니다. 차상위계층은 정장을 무상으로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월 정장이 꼭 필요한 주변 이웃 2000여명이 열린옷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하반기 공채 혹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취준생 분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명대사로 뉴스래빗도 응원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물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라
바보같은 사람들이 뭐라 비웃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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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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