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이거 중고 맞아? 대박인데"

'열린옷장'에서 빌릴 수 있는 정장을 처음 본 느낌입니다. 기증받은 중고 정장이라기엔 참 깔끔했습니다. 반듯한 어깨와 날 선 바지 주름이 인상적입니다. 열린옷장은 장농 속에서 잠자는 빛바랜 정장을 기증받아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 하반기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뉴스래빗이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 자리잡은 열린옷장을 찾은 지난 9일, 평일 오후였지만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추석 전후 몰린 대기업 하반기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정장 한 벌도 최소 20만원을 호가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은 취준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열린옷장은 취준생들에게 3박 4일 동안 2만~3만원이면 정장을 빌릴 수 있습니다. 정장 상하의 뿐만 아니라 구두 넥타이 블라우스 셔츠 벨트 등 액세서리도 2000~5000원이면 빌릴 수 있죠.
열린옷장 정장 대여비 = 열린옷장 제공
열린옷장 정장 대여비 = 열린옷장 제공
대여 방법도 갈 길 바쁜 취준생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방문하기 힘든 경우 택배로도 정장을 받아볼 수 있죠. 오프라인 매장 방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신청도 가능합니다.

온라인 대여를 담당하는 안재현 사원은 "지방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정장 대여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여 방법과 절차는 열린옷장 홈페이지(https://www.theopencloset.net) 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스토리]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뉴스래빗은 대여 방법보다 더 소중한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기증자와 대여자 간에 감사의 마음을 주고 받는 소통 방식입니다. 열린옷장에서는 이를 '옷깃편지'라고 부릅니다. 서로 편지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주고 받는 거죠. 지금까지 오간 옷깃편지는 1만7283통에 달합니다.

취업난 속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는 '면접', 중요한 순간을 위해 입어야할 단정한 '옷', 옷깃이 스치며 만들어낸 아름다운 '사연'들을 전해드립니다.
대여자 이유림님이 기증자 엄윤미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대여자 이유림님이 기증자 엄윤미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 사연 1. 대여자 이유림님이 기증자 엄윤미님께

안녕하세요! 열린옷장을 통해 기증자님의 정장을 대여하게 된 이유림입니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급하게 인턴 면접이 잡히게 되었는데 당장 정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증자님의 옷을 받게 된 열린옷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덕분에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쓰던 중간에 합격 연락이 왔어요.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2015년 한 해도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대여자 김혜원님이 기증자 인수네 세탁소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대여자 김혜원님이 기증자 인수네 세탁소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 사연 2. 대여자 김혜원님이 기증자 인수네 세탁소님께

안녕하세요.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여 200대 1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필기에 합격했을때 꿈인가 생시인가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봅니다.

저 같은 늦깎이 취업준비생에게 격려와 도움이 되시는 열린 옷장에 감사하고 봉사해주시는
인수네 세탁소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꼭 합격해서 이 옷을 입는 많은 분들께 용기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여자 김 순님이 기증자 양소은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대여자 김 순님이 기증자 양소은님께 전하는 옷깃편지 = 열린옷장 제공
# 사연 3. 대여자 김 순님이 기증자 양소은님께

감사편지를 씁니다. 저의 다시 오지 않을 20대 절반을 고시 공부로 보내고 다 포기하려던 순간 좋은 기회로 필기합격을 하고 그리도 바라던 면접장에 들어서는 느낌은 참 오묘했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그리고 아직도 취직준비로 힘든 청년구직자들에게도 저와 같은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시길 기도합니다. 열린옷장 여러분, 그리고 수많은 기증자분들 감사합니다.
[브랜드스토리]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2012년 3월 기증받은 정장 10벌로 열린옷장은 문을 열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1000벌이 넘는 옷이 면접을 앞둔 많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단법인인 열린옷장은 비영리를 추구합니다. 정장 대여 수익으로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식권 기부 활동을 벌입니다. 차상위계층은 정장을 무상으로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월 정장이 꼭 필요한 주변 이웃 2000여명이 열린옷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하반기 공채 혹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취준생 분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명대사로 뉴스래빗도 응원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물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라
바보같은 사람들이 뭐라 비웃든 간에"
[브랜드스토리] 면접 복장, 사지 말고 빌리세요
# '브랜드스토리' ? 브랜드에 사람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녹여낸 것입니다. 브랜드 제품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나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내 소비자 와 브랜드의 교감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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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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