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미국 리더 1천명에 서한…"신보호무역주의자 거짓 주장 막아달라"
한국 재계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세지는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해줄 것을 미국의 여론 주도층에 호소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7만1000개 회원사를 대표해 지난 5일부터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 1000명에게 ‘한·미 경제·통상관계에 관한 시각’이란 제목의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미국 상·하의원, 주지사, 경제 관련 부처 고위인사, 경제단체, 통상관계 학자, 대선캠프 인사 등이 대상이며 인편과 이메일, 우편 등 방식으로 16일까지 발송을 완료할 예정이다. 서한은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주장이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왜곡된 한·미 FTA 주장 반박

무역협회는 서한에서 “미국 일각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숫자와 통계를 이용해 한·미 FTA를 공격하고 있다”며 “양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상품가격 인하와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소비자 후생 개선에서 상호이익을 봤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다. 그는 한·미 FTA를 미국이 체결한 잘못된 무역협정 사례로 들면서 한·미 FTA 탓에 미국 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지고, 무역적자는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는 지난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발표한 한·미 FTA 경제효과 보고서를 인용해 한·미 FTA의 교역수지 개선효과가 지난해 기준 157억달러에 달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283억달러였지만 한·미 FTA가 없었다면 적자가 440억달러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서비스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 부문을 종합하면 한·미 FTA는 양국에 모두 혜택을 주는 협정”이라고 부각시켰다.

협회는 또 협정 체결 후 4년 새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226억달러(56%) 늘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채용도 지난해 기준 3만5000명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한·미 FTA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

추민석 무역협회 워싱턴DC 지부장은 “일각의 왜곡된 주장이라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확산되면 한·미 FTA의 의미와 성과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서한 발송 배경을 설명했다.

◆자유무역 정기 세미나도 검토

무역협회는 서한 발송과 함께 앞으로 양국 간 통상현안 등을 논의하는 경제·통상 분야 세미나 등을 미국 현지에서 격월이나 분기별로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대선 분위기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중산층 붕괴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불거질 이슈라는 점에서 꾸준한 친(親)자유무역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도 집권 시 기존 FTA 재검토,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인력 세 배 증원 등을 비롯한 강력한 통상공약을 내걸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정치권의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편승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 미 관세청은 이달 초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절차에 관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은 반덤핑 혐의가 제기됐을 때 해당업체가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조사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자료제출 여부에 관계없이 바로 덤핑혐의 조사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조사를 시작하면 해당 상품은 미국 내 판매가 금지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미 정치권은 상호이익이 분명한 한·미 FTA 효과 논쟁을 그만두고 에너지 교역과 신흥국 공동투자 등 양국 간 향후 협력 문제로 논의 단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