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지난 27일 개봉 후 반공영화라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다. 단, 이범수는 기존 악역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계보를 만들어냈다. 북한군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으로 분해 감정선을 세심하게 끌어갔다는 평가다.
"림계진만큼은 차별성 있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가차 없는 면도 있지만 가끔은 허허실실 웃으며 고도의 두뇌플레이를 하는 인물로 만들었죠. 기름지고 능글맞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체중을 7kg이나 늘렸어요. 사투리도 정말 잘 하고 싶어서 북한군 출신 탈북자에게 수업을 받았어요. 투박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더 주고 싶어서 함경도 사투리를 택했죠."
상대 배우 이정재와는 벌써 세 번째 호흡이다. 팽팽한 대립 사이 긴장감은 물론, 뜨거운 에너지까지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연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시너지를 이뤄 말로 표현 못할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러나 영화의 시간 관계상 그 모습들이 모두 담기지는 못했다. 이범수는 "긴박한 격투 장면이 짧게 나와 아쉽다"며 디렉터스 컷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로 데뷔 27주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부터 시작해 '신장개업'(1999), '오! 브라더스'(2003), '짝패'(2006), '자이언트'(2010), '아이리스2'(2013), '신의 한 수'(2014)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쏟아냈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그 끝엔 뭐가 있을까.
"과거에는 앞만 보고 내달렸다면 이제는 연륜과 경험이 쌓였어요. 저를 통해 발전이 있다면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현업에 있는 배우로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기에 연기 지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연장선에서 엔터 사업도 하는거죠. 배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6년 동안 연극 32편에 출연했어요. 그때 정말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해봤죠. 사회에 나와 배우 활동을 하는데 주변에서 '멜로 이미지가 좋은데 왜 방향을 바꿨느냐'고 묻더군요. 당시 저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어요. 1~2년 지나고 나서 '좋은 이미지를 활용한 뒤에 다른 분야의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속뜻을 알게 됐죠. 그래도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찾을 것 같아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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