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가 한 번의 유상증자로 145억위안(약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5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 회사다.

본지 7월15일자 A1, 4면 참조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전자뿐만이 아니었다. BYD는 1조9900억원을 더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으로부터 2008년 2억3000만달러를 유치한 이후 첫 대규모 자금이다. 투자자들은 누구이고, BYD의 어떤 잠재력이 이들을 불러들였을까.
○달라진 투자유치 전략

BYD가 지난 2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에는 삼성전자 외에 CCB프린스펄자산운용, 아혼-인더스트리얼펀드운용을 포함한 총 5개 중국 기금·자산운용사가 참여했다. CCB프린스펄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43억500만위안(약 7336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자회사인 상하이삼성반도체를 통해 30억위안(약 5100억원)을 투자, 지분 1.92%를 보유한 9대 주주가 됐다.

BYD의 투자유치 전략에서 과거와 달라진 대목은 자산운용사 같은 재무적 투자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인 점이다. BYD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부터 차체까지 모두 생산(수직계열화)하는 세계 유일의 업체라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실탄’ 차곡차곡 쌓아

2009년 BYD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속속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무늬만 전기차’라는 혹평을 받기 일쑤였다.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미국의 테슬라처럼 특별한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였다. 총 6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테슬라(5만557대)를 제치고 세계 시장점유율 1위(11%)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0% 급증한 776억위안에 달했다. BYD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휴대폰 부품 등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전기차 사업(매출 비중 50.2%)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더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YD는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차곡차곡 실탄을 마련해왔다. BYD전자부품회사를 23억위안에 매각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번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6곳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서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3배 급증한 24만7482대로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BYD는 그런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2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자국 시장에서 자국 업체들과 손쉬운 경쟁을 벌였다.

앞으로는 중국 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BMW, 벤츠, 도요타 등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BYD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중국 내 전기차 부품의 표준을 선도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아직 달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BYD의 전기차 기술 수준이 테슬라에 비해 5년 이상 뒤진 것으로 평가한다.

BYD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대부분이 국내 시장 판매여서 가능했다. 왕촨푸 BYD 회장이 “해외 현지 업체들과 제휴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배경이다. 이미 미국과 브라질 두 곳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삼성을 주주로 끌어들인 만큼 전기차 전장제품 개발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택시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BYD의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