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허버트 졸리 미국 베스트바이 CEO, 아마존에 밀리던 전자제품 매장 온라인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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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이 강점으로 O2O '신 전자제국' 만들다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쇼룸"
오프라인 매장서 제품 구경한 뒤
온라인서 구매하는 '쇼루밍' 만연
2012년 12억3100만불 순손실
'쇼루밍'적극 껴안다
인터넷 최저가에 맞춰 제품 판매
1000개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
애플·삼성 전문점 등 '숍인숍' 도입
온라인 주문뒤 매장 픽업 서비스도
방만한 경영에 칼 대다
실속없는 광고 중단…중복인력 정리
2014년 흑자전환, 작년 12억불 순이익
“거대한 계획보다 작은 실천이 더 중요”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쇼룸"
오프라인 매장서 제품 구경한 뒤
온라인서 구매하는 '쇼루밍' 만연
2012년 12억3100만불 순손실
'쇼루밍'적극 껴안다
인터넷 최저가에 맞춰 제품 판매
1000개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
애플·삼성 전문점 등 '숍인숍' 도입
온라인 주문뒤 매장 픽업 서비스도
방만한 경영에 칼 대다
실속없는 광고 중단…중복인력 정리
2014년 흑자전환, 작년 12억불 순이익
“거대한 계획보다 작은 실천이 더 중요”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는 2012년 위기를 맞았다. ‘아마존의 쇼룸’이라 불렸다. 고객들이 베스트바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한 뒤 실제 구매는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베스트바이는 2012회계연도에 12억31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회사를 이끈 브라이언 던 최고경영자(CEO)가 그해 4월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던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이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 창업자인 리처드 슐츠 회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스트바이는 경영공백 상태에 빠졌다.
베스트바이 이사회는 그해 8월 기업회생 전문가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온 허버트 졸리 전 칼슨(미국 호텔·여행 업체) CEO를 영입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쇼루밍(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행위)을 베스트바이의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다.
최대 고민 ‘쇼루밍’…발상 전환해 해결
쇼루밍은 베스트바이의 최대 고민이었다. 미국 전역에 1000여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아마존 등 온라인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해 더 싼 곳에서 주문했다. 매장 제품을 타사 사이트에서 검색하지 못하게 베스트바이 고유 바코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어차피 구글에 검색하면 바코드가 없어도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졸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012년 11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쇼루밍은 사람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사실 베스트바이에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우리는 쇼루밍을 사랑한다”며 “쇼루밍을 적극 껴안을 것”이라고 했다.
졸리는 베스트바이 혁신 계획을 내놓고 ‘리뉴 블루(Renew Blue)’라 이름 붙였다. 파랑은 베스트바이 매장 직원이 입고 있는 셔츠 색깔이다. 졸리 CEO는 쇼루밍 고객을 잡기 위해 최저가보상제를 전격 도입했다. 고객이 아마존 등 다른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는 것을 찾아내면 베스트바이 판매가격을 그 최저가에 맞춰줬다.
물류 혁신도 서둘렀다. 당시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49개 물류센터를 두고 있었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23개에 불과했다. 물류 효율화를 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최저가정책은 막대한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졸리가 떠올린 것은 1000여곳이 넘는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이었다. 그는 베스트바이 전 매장이 유통센터 기능도 함께 하도록 해 제조업체가 상품을 이런 유통센터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게 돼 2013년 말에는 처음으로 배송시간에서 아마존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졸리는 ‘숍인숍’도 도입했다. 베스트바이 매장 안에 애플이나 삼성 제품을 따로 모아서 구성한 ‘매장 안 매장’이다. 졸리는 CEO 부임 첫주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로 날아가 팀 쿡 애플 CEO를 만났다. 2013년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협력을 도모했다. 그해 4월24일 미국 뉴욕 베스트바이 유니언스퀘어 매장 안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숍’을 열면서 베스트바이는 당시 인기를 얻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었다.
“자전거 타듯 기업도 끊임없이 작은 발전 이뤄야”
졸리가 오프라인 매장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다. 그 다음 개혁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혁신이었다. 그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며 “구글에 ‘비디오 게임’을 검색했을 때 첫 번째 검색 결과 페이지에 베스트바이가 뜨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이 몰려도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아 그냥 매진으로 표시한 상품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그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을 현대화하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스토어 픽업’이란 메뉴가 있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나태하고 방만했던 경영에도 칼을 댔다. 전용기를 팔았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는 것도 중단했다. 실속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슈퍼볼과 나스카 광고 협찬도 중단했다. 중복된 인력을 정리하면서 2000여명을 해고했고, 재택근무제를 폐지했다. 거의 매일 회사 인력의 20~35%가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는 판단이었다.
베스트바이는 2013회계연도에도 4억4100만달러 순손실을 냈지만 2014년엔 5억32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2015년엔 순이익이 12억3300만달러까지 늘었다. 2012년 말 11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30달러대를 회복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졸리 CEO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에 대한 분석도 많다. 그중 하나가 ‘자전거 이론’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졸리는 “자전거가 멈춘 상태에서 자전거를 탈 순 없다”며 “기업도 거대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옳은 일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직원들이 수백만달러짜리 아이디어를 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1만달러짜리 아이디어를 자주 내는 것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작은 아이디어라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졸리는 강조한다. 그래서 고안한 게 ‘실행 비율’이다. 직원이 낸 아이디어 중에서 실행된 아이디어가 몇 건인지 확인하는 지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2009년부터 회사를 이끈 브라이언 던 최고경영자(CEO)가 그해 4월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던이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이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 창업자인 리처드 슐츠 회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스트바이는 경영공백 상태에 빠졌다.
베스트바이 이사회는 그해 8월 기업회생 전문가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온 허버트 졸리 전 칼슨(미국 호텔·여행 업체) CEO를 영입했다. 이후 베스트바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쇼루밍(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행위)을 베스트바이의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다.
최대 고민 ‘쇼루밍’…발상 전환해 해결
쇼루밍은 베스트바이의 최대 고민이었다. 미국 전역에 1000여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아마존 등 온라인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해 더 싼 곳에서 주문했다. 매장 제품을 타사 사이트에서 검색하지 못하게 베스트바이 고유 바코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어차피 구글에 검색하면 바코드가 없어도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졸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012년 11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쇼루밍은 사람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사실 베스트바이에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우리는 쇼루밍을 사랑한다”며 “쇼루밍을 적극 껴안을 것”이라고 했다.
졸리는 베스트바이 혁신 계획을 내놓고 ‘리뉴 블루(Renew Blue)’라 이름 붙였다. 파랑은 베스트바이 매장 직원이 입고 있는 셔츠 색깔이다. 졸리 CEO는 쇼루밍 고객을 잡기 위해 최저가보상제를 전격 도입했다. 고객이 아마존 등 다른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는 것을 찾아내면 베스트바이 판매가격을 그 최저가에 맞춰줬다.
물류 혁신도 서둘렀다. 당시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49개 물류센터를 두고 있었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23개에 불과했다. 물류 효율화를 하지 않은 채 시행하는 최저가정책은 막대한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졸리가 떠올린 것은 1000여곳이 넘는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이었다. 그는 베스트바이 전 매장이 유통센터 기능도 함께 하도록 해 제조업체가 상품을 이런 유통센터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게 돼 2013년 말에는 처음으로 배송시간에서 아마존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졸리는 ‘숍인숍’도 도입했다. 베스트바이 매장 안에 애플이나 삼성 제품을 따로 모아서 구성한 ‘매장 안 매장’이다. 졸리는 CEO 부임 첫주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로 날아가 팀 쿡 애플 CEO를 만났다. 2013년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협력을 도모했다. 그해 4월24일 미국 뉴욕 베스트바이 유니언스퀘어 매장 안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숍’을 열면서 베스트바이는 당시 인기를 얻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었다.
“자전거 타듯 기업도 끊임없이 작은 발전 이뤄야”
졸리가 오프라인 매장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다. 그 다음 개혁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혁신이었다. 그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며 “구글에 ‘비디오 게임’을 검색했을 때 첫 번째 검색 결과 페이지에 베스트바이가 뜨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주문이 몰려도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아 그냥 매진으로 표시한 상품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그는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을 현대화하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베스트바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스토어 픽업’이란 메뉴가 있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나태하고 방만했던 경영에도 칼을 댔다. 전용기를 팔았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는 것도 중단했다. 실속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슈퍼볼과 나스카 광고 협찬도 중단했다. 중복된 인력을 정리하면서 2000여명을 해고했고, 재택근무제를 폐지했다. 거의 매일 회사 인력의 20~35%가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업무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는 판단이었다.
베스트바이는 2013회계연도에도 4억4100만달러 순손실을 냈지만 2014년엔 5억32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2015년엔 순이익이 12억3300만달러까지 늘었다. 2012년 말 11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30달러대를 회복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졸리 CEO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에 대한 분석도 많다. 그중 하나가 ‘자전거 이론’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졸리는 “자전거가 멈춘 상태에서 자전거를 탈 순 없다”며 “기업도 거대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옳은 일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직원들이 수백만달러짜리 아이디어를 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1만달러짜리 아이디어를 자주 내는 것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작은 아이디어라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졸리는 강조한다. 그래서 고안한 게 ‘실행 비율’이다. 직원이 낸 아이디어 중에서 실행된 아이디어가 몇 건인지 확인하는 지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