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권 금천경찰서장(49·사진)은 지난해 7월 부임한 지 석 달 만에 ‘범죄관련자 맞춤형 통합지원단’을 발족시켰다. 그는 금천구가 다세대주택과 원룸이 많은 서민층 주거지역이라는 데 주목했다. 관내 범죄 건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가정 폭력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난해 가정 폭력 건수는 213건으로 2014년(181건)보다 17.6% 증가했다.
통합지원단은 범죄 관련자의 자활 과정을 상담(심리 치료)·힐링(사회적응 교육)·나눔(자금 지원)·희망(사후 관리) 등 네 단계로 관리한다. 금천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각 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연결해준다. 이를 위해선 민간부문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했다.
정 서장은 “지원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했다”며 “관내 기업과 복지기관, 종교단체 등 100여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 서장의 노력 끝에 현재 통합지원단엔 공사(公私)를 망라한 70여개 지원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금천구에 있는 이랜드 W몰 마리오아울렛 등 20여개 기업이 지원에 나서면서 큰 힘이 됐다. 정 서장은 “처음엔 다들 경찰서장이 왜 찾아왔느냐며 당황스러워했지만 한 시간 넘게 지원단의 취지를 설명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며 “기업은 사회에 기여하고 경찰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9명이 지원단의 도움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학업을 그만뒀던 3명이 학교로 돌아갔고 2명은 일자리를 얻었다. 후배를 상습 폭행해 학교를 나왔던 중학생 A양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우등생이 됐다. 정 서장은 “A양이 1학기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4등을 했다”며 “‘기말고사에선 1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경찰대 6기 출신인 정 서장은 금천서를 ‘경찰 인생의 고향’이라고 했다. 첫 부임지가 금천서의 전신인 남부경찰서기 때문이다. 정 서장은 “금천구를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