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차이나투어로 간다"
세계 최강 ‘K골퍼’들에게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투어는 ‘마지막 옵션’으로 통했다. 상금 규모나 실력 등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짝퉁’ 수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을 ‘베이스캠프’로 활용해 미국, 일본 투어 등 ‘꿈의 무대’ 입성은 물론 KLPGA로의 ‘역(逆)진출’도 노리는 K골퍼가 늘고 있다. 중국 투어가 글로벌 투어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올해 사상 최다 13명 ‘차이나 루키’

CLPGA투어는 지난해 21개 대회를 치렀다. 이 가운데 공동 개최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1개,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가 2개다. 올해는 LPGA투어 2개, LET 투어 4개를 포함해 24개로 늘었다. 총상금 규모도 6176만위안(약 110억원)에서 6849만위안(약 12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국 투어가 급성장하자 국내 선수들의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11일 CLPGA투어에 따르면 올해 CLPGA 퀄리파잉스쿨(Q스쿨) 토너먼트에서 한국 선수 13명이 최종 합격해 2016 시즌 출전권을 받았다. 2004년 중국이 외국인 선수에게 투어 진출을 개방한 이래로 최다 한국인 합격자다. 지난해 CLPGA 상금 상위권자로 출전권을 확보한 7명을 포함하면 20명이 올 시즌 CLPGA투어에서 뛰고 있다. 100여명의 선수가 뛰는 CLPGA의 20%가 한국 선수다.

올해 중국행을 택한 K골퍼 가운데 눈길을 끄는 선수는 2016 CLPGA Q스쿨에서 수석합격한 김지민(27·웹젠)이다. 3라운드 합계 2언더파로 78명의 응시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국내 스크린골퍼 사이에선 ‘스크린 여왕’으로 대접받는 스타골퍼다. 국내에선 주로 2부 투어와 스크린투어(통산 2승)를 오갔지만 이젠 당당히 해외 정규투어 프로가 됐다. 그는 “커지고 있는 중국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 다른 해외 투어 진출 등 다양한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 무대 진출 발판”

CLPGA는 2013년 LPGA투어와 협약을 맺고 세계랭킹 포인트를 반영하면서 글로벌화의 급물살을 탔다. LPGA투어는 전년도 CLPGA 상금순위 상위자에게 매년 출전 자격을 준다. 상금 1, 2위는 US여자오픈 등 LPGA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 참가한 한 여자 프로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즐비한 KLPGA보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해 상금을 탈 기회가 많고 LPGA대회에 초청받을 확률도 더 높다”고 귀띔했다.

이미 스타급으로 자리잡은 선수도 늘고 있다. 2013년 중국 투어에 진출해 그해 신인왕과 상금왕을 휩쓴 정예나(28·SG골프)가 대표적이다. 올해 2개의 CLPGA투어에 출전해 상금 9위에 오른 그는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KLPGA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투어에서도 대활약을 예고했다. 정예나는 “한국인만 있는 국내 투어와 달리 중국 투어에는 외국인 선수가 많다”며 “해외 투어 분위기를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CLPGA 우한챌린지 대회를 제패하며 통산 2승째를 올린 서보미(35·쌍방울)도 ‘중국파 1세대’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서보미는 12일부터 CLPGA와 LET가 공동 개최하는 뷰익챔피언십에 염혜인(24) 강현서(28) 등 다른 6명의 한국 선수와 함께 출전해 LET 첫 승을 노린다.

중국이 한·미·일 투어에 이은 ‘제4의 투어’로 떠오르면서 선수들의 중국어 공부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선수들의 어학 교육을 지원하는 KLPGA 관계자는 “지난해 5명이던 중국어 신청자가 올해 9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