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표적' 된 취업의 꿈…'학생기록부·성적 고쳐주겠다'
취업 관련 범죄에 쉽게 노출…한순간 유혹에 전과자 전락
취업 알선에 속아 돈 날리고, 경찰 신고도 꺼려…피해 확산

취업난이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문서 위조는 대학생들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다. 토익·토플 같은 영어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하고 고교 학생기록부 내용을 유리하게 고치기도 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사문서 위조로 검거된 건수는 2012년 7641건에서 지난해 8278건으로 최근 3년 새 637건(8.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문서 위조 발생건수는 연평균 1만여건에 이른다.
국내 유명 의류회사 입사를 꿈꾸던 취업준비생 제모씨(28)는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전과자로 전락했다. 그는 30만원이면 취업에 유리하도록 온라인에서 고교 성적과 생활기록부 내용을 위조할 수 있다는 위조범의 달콤한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제씨는 사문서 위조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취업도 힘들어졌다.
인터넷에는 토익·토플 점수와 대학 졸업증 등을 들키지 않게 위조해주겠다는 광고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서 위조범이 20~30대 청년의 불안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알선·청탁 등과 관련된 사기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작년 7~9월 3개월간 취업 브로커를 집중 단속해 7명을 구속기소했다. 붙잡힌 일당은 공기업 및 대기업 인사 담당자와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취업을 도와주겠다고 속여 구직자에게 3000만~5000만원씩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다수 피해자가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인사 담당자와 친하다” “고위간부에게 부탁해주겠다”는 식의 말을 믿고 사기꾼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제도 불신 키우는 취업 범죄
취업을 준비 중인 20~30대는 취업과 관련한 사기 피해를 당해도 신고에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기범의 ‘표적’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회초년생을 꾀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개설하게 한 일당 10여명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이 없어 급전이 필요하고 범죄 피해를 입어도 경찰 신고를 꺼리는 사회초년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취업 관련 범죄는 공무원 시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등 취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대 로스쿨의 불공정 입학 의혹이 대표적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123명이 지난 8일 경북대 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혹을 제기하면서 현직 변호사들은 “로스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심은지/고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