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밥상이 문을 연 초기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두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 한경DB
계절밥상이 문을 연 초기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두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 한경DB
2013년 한식 전문뷔페 계절밥상이 문을 열었다. 1년여간은 한두 시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다. CJ푸드빌이 “과열”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경쟁업체가 많아져서다. 수익률도 떨어졌다. 하지만 CJ푸드빌 내에서 이를 걱정하는 분위기는 없다. 오히려 올해 계절밥상 매장을 늘리기로 했다. 올 들어 울산점과 전주점을 낸 데 이어 조만간 대구 산본 등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식 발전과 농민과의 상생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계절밥상이 단순히 수익만을 보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어서다.

얘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푸드빌에서는 어떤 시장에 새로 진출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최초 안은 아시아 각국 음식을 파는 ‘아시안 그릴 치킨’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던 중 사내에서 한식뷔페가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토종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제대로 된 한식뷔페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집밥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영진은 이 안에 힘을 보탰다. ‘농민과의 상생’이라는 명분도 있었다. 당시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상생과 동반성장이었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급을 위해 농촌에 조사를 나간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사라져가는 희귀 농산물을 식자재로 사용함으로써 식품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자”고 했다. CJ는 국내 최대 식품기업이다. 계절밥상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그해 7월 문을 열었다.

◆희귀 농산물 보존 명분

계절밥상엔 다른 한식뷔페에는 없는 메뉴가 있다. 궁중음식에 쓰이던 채소인 동아를 넣은 된장국, 하얀민들레로 만든 국수 등이다. 기원전 300년께부터 한반도에서 자랐지만 수입 밀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는 앉은뱅이밀로 한 밥도 있다. 계절밥상이 사주지 않으면 재배하는 농부가 없어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는 희귀 농산물이다.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파는 코너도 있다. 한국벤처농업대 출신 농민들이 가꾼 80여가지 농축산가공식품을 판매한다. 주말엔 이들이 직접 매장에 와서 팔기도 한다.

지난해 계절밥상이 쓴 국산 농산물은 1700t에 달한다. 올해는 더욱 늘릴 계획이다. CJ푸드빌은 수십개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전량 구매해 계절밥상 식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작년엔 계약을 맺은 강원지역 한 감자 농가가 가뭄과 더위 탓에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감자가 너무 작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절밥상은 이 농가에서 상당량의 감자와 옥수수 등을 구매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상생과 희귀 농산물 보존이라는 취지를 지키기 위해 매장을 계속 내고 있다”고 했다.

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대기업은 해외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도 받아들였다. CJ푸드빌은 현재 10개국에서 비비고 등 2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