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인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랜드마크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이다. 높이 200m(지상 43층, 지하 8층)인 이 최첨단 건물이 넉 달가량 텅텅 빈다.

삼성전자의 현장경영 방침에 따라 임직원 4300여명 중 대다수가 이사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디자인경영센터 2000여명이 우면동 연구개발(R&D)센터로 옮겼고, 지난달 경영지원실 400~500명이 수원사업장으로 떠났다.

지난주엔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팀 130여명이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이전했다. 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 300여명과 삼성전기 등 관계사 인력 수백명만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빌딩 내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직원 식당은 운영 규모를 대폭 줄였고, 주변 상가들은 예상치 못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곳엔 삼성생명이 입주한다. 오는 7월 중순~8월 초 태평로에서 옮겨올 계획이다. 그 사이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공사가 예정돼 있다. 넉 달가량 수십개 층이 비는 셈이다.

삼성타운 3개 빌딩 중에서도 가장 높고 큰 이 빌딩(C동)은 시가 1조원이 넘는다. 2008년 8월 같이 완공된 삼성생명 사옥(A동 35층), 삼성물산 사옥(B동 32층)보다 많은 돈을 투입해 최고급, 최첨단으로 지었다. C동뿐만이 아니다. B동에 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3000여명은 지난달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떠났다. 상사부문 900여명도 6월 초 잠실 향군타워로 이사한다. B동엔 삼성증권 등이 이전해올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