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산업별 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어느 정도 독립성이 있다면 스스로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체교섭·협약을 상급단체에 맡기는 지부·지회는 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일 뿐 독립된 노조가 아니어서 조직 형태를 전환할 권리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산별노조 중심으로 이뤄진 노동운동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 지회장 등이 발레오전장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은 대법관 13명 중 8 대 5로 결정됐다.

대법원은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하부 조직이라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단체교섭·협약을 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갖췄다면 자주적·민주적 결의를 거쳐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용자와 직접 단체교섭·협약을 맺으며 기업노조 수준의 지위를 갖춰야 조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기존 판례에서 조직 형태 변경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