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가처분소득 늘어도 저축만 증가하고 소비 제자리
저유가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미국인들이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소비’보다 ‘저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개선과 임금 인상이 소비를 진작하고, 이를 통해 생산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기대했던 미 중앙은행(Fed)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Fed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중 시간당 임금은 25.50달러로 전달보다 0.4%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올랐다.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값이 갤런(1갤런=3.78L)당 1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미국인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더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의 지출 가운데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소득 증가에도 미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개인소비지출(PCE)은 12조3935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조사기관인 쇼퍼트랙에 따르면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소매점 매출이 전년보다 10% 줄었다. 사전 할인판매와 온라인 판매 증가 등의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주요 이유로 저축률 증가를 꼽았다. 미국의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 10월 5.6%를 기록했다. 2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셸 지라드 R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은 소비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돈을 쓰기보다 모으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최근 저축에 열중하는 이유를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요인과 고용 불안,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등 현실적 요인 등으로 요약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