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배터리 신기술을 연구하다가 매주 수요일이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2015 삼성사회공헌상’에서 자원봉사자 부문상을 받은 이성철 삼성SDI 배터리연구소 수석연구원(45·사진)의 얘기다.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이 수석은 “배움에 목말라 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큰 상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삼성사회공헌상은 삼성이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임직원을 격려하겠다며 1995년 제정해 21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자원봉사팀(단체)과 자원봉사자(개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사회공헌 파트너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올해는 이 수석을 포함해 총 35명이 수상했다.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100만~500만원을 받는다.

이 수석은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씩 경기 용인 기흥디딤돌지역아동센터에서 중학생 8명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업무 외 시간이지만 짬을 내 꾸준히 학생들을 만나러 갔다. 수업에 다녀오느라 밀린 업무에 야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해만 총 109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았다.

그가 이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삼성그룹 차원에서 시행한 청소년 진로 멘토 활동에서 몇몇 청소년의 힘든 사연을 듣고 난 뒤다. 이 수석은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하는 학생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활동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수업 초기만 해도 학생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 수석은 당장 공부보다는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겠다고 판단, 학생들과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해 함께 어울렸다. 그는 “이때부터 학생들이 마음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수석은 학창시절 이후 처음 별명을 얻었다. 학생들은 이 수석을 ‘불곰쌤(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큰 덩치와 우직한 성격이 불곰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 수석은 “학생들이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이 별명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는 이 수석의 아들인 중학교 3학년 이도규 군(16)도 공부방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군은 중학교 1학년 후배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다. 이군은 “아빠가 봉사활동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수석 외에 2007년부터 수화, 발마사지 봉사활동을 한 김용운 삼성전자 책임, 주재원 시절 쌓은 영어 실력을 살려 매주 공부방 교육에 나선 이복희 삼성전기 수석 등도 상을 받았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올해 삼성 전체 임직원 중 90%가 봉사활동을 했다”며 “앞으로도 나눔활동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