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민주당 60년' 유감(遺憾)
필자가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8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을 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아 성대하고 기쁜 잔치를 벌여야 마땅하겠지만, 당장 정당의 내일이 염려돼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조차 조심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창당됐다. 이 이름으로 당이 세워진 건 2년도 채 안 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5년 신익희 장면 등이 꾸린 민주당이 모태다. 이후 수많은 굴곡을 거치며 변해 왔다.

한국의 민주·진보 정당은 보수 정당에 비해 조직 지속 기간이 상당히 짧다. 전자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로도 당 이름이 일곱 차례 이상 바뀌었다. 후자는 같은 기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것 외엔 큰 변화 없이 20년 가까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진보 정당이 단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 정당은 오랜 집권 경험을 통해 실리를 쌓아 왔고,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국민의 안보의식으로 ‘보수 프리미엄’이 더 공고해졌다. 그러나 진보 정당은 야당으로서 내부에서 노선과 선명성 차이를 이유로 분열과 결합을 반복했다. 걸핏하면 ‘사쿠라’(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을 이르는 비속어), ‘2중대’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은 이런 갈등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보 정당을 움츠리게 하는 가장 큰 족쇄는 남북 분단이다. 6·25전쟁이란 동족상잔을 겪은 뒤 남북한은 서로 원수가 됐다. 국내에서도 걸핏하면 ‘종북 좌파’라는 딱지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더욱이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의 인구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도 진보 세력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민주정치제도 아래에선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국민이 판단하는 적절한 시기에 여야의 교체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즉 옛 민주당이 스스로의 힘으로 수권정당의 면모와 야당의 정체성을 되찾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국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창당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국민 앞에 보여주길 기대한다. 필자 역시 당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