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최저임금 인상의 내수진작 효과 과장해선 안된다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초부터 ‘올해 최저시급을 7% 이상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이달 말까지 최저임금위원회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7.6% 이상 올라 시간당 6000원 선을 뚫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저임금의 노동시장 효과는 고용 효과에 관한 논의로 많이 쏠렸다. 최저임금에 관한 경제학적 이론들을 보면, 노동시장이 완전경쟁 아래에서는 최저임금이 균형임금 이상으로 설정돼 노동의 초과 공급을 유발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할수록 고용 파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뉴스의 맥] 최저임금 인상의 내수진작 효과 과장해선 안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증가한다는 이론도 있다. 사용자가 노동 수요를 독점(monopsony)하는 상황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설정할 경우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의 분수효과(fountain effect)로 말미암아 내수가 살아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는 일반균형 이론도 있다. 그간의 국내 실증연구들을 보면 대체로 고용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지난 4월 초까지 진행하다 결렬된 노·사·정 대타협에서도 최저임금제도 개선 문제가 다뤄졌다. 당시 대타협 논의에서 이미 시행 중인 최저임금제도 적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제도 내실화의 필요성에는 노사가 공감했다. 하지만 적용 대상 확대와 인상 필요성에 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단계적 인상 등 개선 합의

최저임금과 연관해 몇 가지 접점이 찾아진 대목도 있다. 접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사·정은 최저임금제도가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시 제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근로감독 인프라를 확충한다. 저임금 근로자 실태조사를 토대로 통계 기준, 산입임금 범위, 15시간 미만 근로자 문제, 지역별·업종별 결정 등 제반 쟁점사항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근로장려세제(EITC)의 지원 효과를 분석하고, 최저임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저소득 근로자 소득보전 제도들의 상호 관계를 고려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최저임금 개선 방향에 대해 노·사·정이 공감한 내용은 상당히 진전을 이룬 것이다.

최저임금 운영에 관한 국가별 실태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영·미형 패러다임을 가진 국가군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취약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기제로 작동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초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공화당에 최저임금으로 한번 살아보라고 언급한 “시도해보라(Try it)!” 연설이 많이 회자된다.

논의 방향은 ‘개도국형’

그러나 영·미형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복지를 강조하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 최저임금은 그 기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내국인은 복지로,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으로 하는 ‘이원적 보호’ 인식이 강하다.

또 한 부류의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최저임금이 국가가 임금교섭을 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근로자의 협상력이 미약해 국가가 최저임금을 설정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평균임금 수준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들 국가의 최저임금은 영·미형 국가와는 달리 내수진작과 같이 거시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현재까지 논의된 한국의 최저임금제도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면서 논의 방향은 개발도상국형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강하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로자 비율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영향률은 2015년 14.6%로 1800만 적용 대상 근로자 중 270만명 정도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는다.

이들 중에는 외국인 근로자 약 86만명(취업비자 60만명)이 포함된다. 불법 외국인 취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작지 않은 규모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분이 해외로 대부분 송출돼 국내에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임을 시사한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1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진작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제의 효과를 정치적으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OECD 회원국답게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로 최저임금 기능을 명확히 하고 최저임금 미만율을 줄여나가야 한다.

둘째는 최저임금과 EITC를 연계해 종합 설계를 해야 한다. 한국은 영·미형 국가들에 비해 EITC 수준이 왜소하고 소득 파악 인프라 구축도 잘 안돼 있어 최저임금제도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소득 파악 등 EITC 인프라 정비와 더불어 수준을 높이고 최저임금과 연계해 종합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기업 등 사용자 비용으로 복지를 운영하는 최저임금 방식에 국가가 너무 안주하고 있다.

직무능력·성과 따른 임금 지급을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남용하는 인사관리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중견기업인데도 수당을 최저임금의 800%와 같이 산정하는 것은 임금 수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국가 제도에 의존해 남용하는 경우다. 또 원·하청 계약시 인건비를 최저임금 기준으로 자동 산정해 원·하청 간 격차가 커진다. 설상가상 원·하청 계약 시점(연초)과 법상 최저임금 인상 시점(연말)이 일치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원·하청 계약시 최저임금을 글자 그대로 최저 기준으로 활용하고 직무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등해 계약을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무능력이 높은 사람에게도 최저임금을, 느슨하게 일하는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공정성에 반(反)한다. 최근 원·하청 성과공유제, 생활임금제 등으로 인한 논란은 ‘원청 성과독식-하청 최저임금’ 관행을 ‘원·하청 상생’과 ‘하청 근로자의 직무능력에 따른 보상’으로 혁신하려는 노력이 부족함에도 원인이 있다. 이는 이중 노동시장 구조에서 격차 해소를 위한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조준모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