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에 'SOS 편지' 쓴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사진)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재정이 바닥나 부채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치프라스 총리의 편지를 받고 그리스가 IMF 특별인출권(SDR)을 이용해 지난 12일이 만기였던 7억5000만유로(약 9300억원)를 IMF에 갚을 수 있도록 해줬다.

18일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8일 라가르드 총재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럽연합(EU)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흘 뒤 7억5000만유로를 포함해 더 이상은 채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요청을 받은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가 6억5000만유로의 SDR을 사용하도록 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적립해놓은 돈으로 IMF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리스가 만기상환일보다 하루 앞선 11일 7억5000만유로를 갚을 수 있었던 것은 라가르드 총재가 치프라스 총리의 다급한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라가르드 총재에게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단기 국채 발행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이에 대한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방송 채널4는 IMF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IMF는 그리스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노동시장 개혁 등을 되돌리고 있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지 의심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IMF는 그리스의 부채를 경감하도록 EU에 압박을 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는 만기가 다음달 5일인 3억유로를 포함, 모두 15억유로의 부채를 다음달 말까지 상환해야 한다. 추가 사용이 가능한 SDR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