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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사이드 人터뷰] 영 우 "건물에 역발상 디자인…맨해튼의 '혁신 디벨로퍼'로 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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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해튼을 새로 디자인한다 - 한국인 건축가 영 우

    '거실 옆에 주차장' 아파트로 명성
    맨해튼 한복판서 신개념 아파트 도전…금융위기 불구 보란 듯 고가에 완판
    빌딩을 꼭 사무실·아파트로만 쓰나요…도심빌딩 매입해 데이터센터로 개조

    맨해튼 부두 새 디자인 지휘자
    10년 넘게 버려진 거대 인공구조물, 레저·쇼핑 갖춘 휴식공간으로 개발
    임대료 낮춰 스타트업에 기회 줄 것…성공하려면 '퍼스트 무버' 돼야
    뉴욕=이심기 특파원
    뉴욕=이심기 특파원
    “자동차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거실 바로 옆에 주차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인 건축가 영 우(한국이름 우영식) 영 우 앤드 어소시에이츠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스카이 차고’라는 이름의 아파트 빌딩을 맨해튼 도심에 짓기로 했다. 회사 직원들은 처음 들어본 얘기에 깜짝 놀랐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업성도 없다고 모두 반대했어요.”

    당시 미국의 다른 지역은 물론 맨해튼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부동산경기가 고꾸라졌다.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지어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데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으니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빌딩은 영 우라는 이름을 미국 전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가 주도한 프로젝트가 연이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그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혁신적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뉴욕타임스와 포브스 등 미국 언론은 그에 관한 기사를 내면서 ‘맨해튼을 새로 디자인한다’는 제목을 뽑았다.

    발상 전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잇달아 성공

    스카이 차고를 갖춘 럭셔리 아파트는 200채 모두 제값을 받고 팔았다. 펜트하우스는 2000만달러(약 218억원)에 달했다. 같은 규모 아파트보다 300만~400만달러 더 비쌌다. 우 대표는 “자신이 아끼는 차를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억만장자들에게 돈은 제약조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디자인할 때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 투자자들이 부동산 매입을 자본집중형 투자라고 생각해 구입 시기와 위치만을 따지기 때문에 건축가들도 건물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2009년 8월에는 금호종합금융과 함께 맨해튼 랜드마크인 AIG 빌딩을 1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 1면을 장식했다. “가격이 아주 싸게 나왔어요. 놓치기 아까운 물건이었는데 문제는 불황으로 사무실을 채울 회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죠.”

    그가 낸 아이디어는 AIG 빌딩을 사무실이 아닌 럭셔리 아파트로 개조해 되파는 것이었다. 맨해튼 한복판 금융중심지에 있는 랜드마크라는 건물의 희소성이 돈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불러들일 것이라는 우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리노베이션 비용의 20배가 넘는 가격에 건물을 되팔았다.

    그는 “불경기 때 대개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며 보수적인 생각만 하지만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경기와 상관없이 팔릴 물건은 팔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맨해튼의 노른자위 빌딩을 인수해 데이터센터로 개조하기도 했다. 빌딩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무실이나 아파트 용도로만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빌딩을 산 뒤 연방정부와 금융회사를 위한 데이터센터 용도로 재디자인했다. 미국 부동산투자회사와 2011년 1억달러에 공동 인수한 맨해튼 남단의 버라이즌타워도 데이터센터로 사용 중이다.

    맨손으로 19세에 시작…부동산 성공신화 이뤄

    그가 맨해튼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72년 19세 때다. 12세 때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남미로 건너간 그는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 왔다. 처음 미국에 와서는 택시와 트럭을 몰았다. 돈을 벌면서도 영어학교에 다니며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했다.

    “왜 건축을 선택했느냐고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모두 빌딩 아닙니까.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면 먹고는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3년 뒤 그는 건축디자인학과로 유명한 맨해튼의 프랫스쿨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는 기대와 달리 건축 설계나 엔지니어링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다. “프랫은 예술학교에 가깝더군요. 건축 대신 디자인을 배웠죠. 이 과정에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 말로 창의력과 혁신적인 사고 같은 것이죠.”

    그는 1979년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딴 영 우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자본도 변변찮고 미국 내 비주류인 한국인 청년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아이디어뿐이라고 생각했다. 우 대표가 부동산시장에 눈을 뜬 계기도 이때 마련됐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전 재산을 털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인근의 건물을 구입했습니다. 8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빌딩을 판 사람은 불과 두 달 전에 40만달러에 샀더라고요.”

    그는 빌딩 내부를 리노베이션하고 외관 디자인을 싹 바꿔 8개월 뒤 자신이 산 가격의 두 배인 160만달러를 받고 건물을 일본 금융회사에 팔았다. 우 대표는 “건물이 반드시 기능적일 필요는 없다”며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텅 빈 컨테이너 부두를 맨해튼의 상징으로

    뉴욕에서 부동산개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한인 건축가 영 우 대표가 허드슨 강변의 컨테이너 부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슈퍼 피어’ 프로젝트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에서 부동산개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한인 건축가 영 우 대표가 허드슨 강변의 컨테이너 부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슈퍼 피어’ 프로젝트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는 ‘슈퍼 피어(Super Pier)’다. 맨해튼 남서부 허드슨 강변의 57번 피어에 들어선, 지금은 버려진 컨테이너 부두를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서는 맨해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2003년 이후 10년 넘게 버려진 길이 100m, 폭 25m, 높이 10m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쇼핑몰과 인공암벽이 설치된 놀이시설, 뉴요커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 허드슨 강변의 쾌적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야외 수영장과 스파시설, 가족을 위한 놀이공간,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가를 조성해 버려진 부두를 맨해튼의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우 대표의 계획이다.

    슈퍼 피어가 뉴욕시의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재개발 방식이다. 건축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버려진 460개의 해상운반용 컨테이너를 쌓아 상가와 음식점으로 임대한다. 임대료를 맨해튼 도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 젊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제품이 소비자를 불러들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단순한 소비공간이 아니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거 입주시키고, 패션쇼와 영화제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대도시 부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것도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다. 뉴욕시가 쟁쟁한 대형 건설사 대신 우 대표에게 개발을 맡긴 이유다. 미국의 한 건축전문잡지는 “슈퍼 피어는 지금까지 맨해튼에서 시도된 부동산개발사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대담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공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남들과 다른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입니다. 교과서대로만 해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혁신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미국 디벨로퍼의 세계
    부동산 사들여 새 용도로 개발…기관투자가 자금 끌어들여 진행


    영 우 대표는 자신이 건축가보다는 ‘혁신적인 디벨로퍼’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며 “기사를 쓰면 디벨로퍼 앞에 ‘혁신적인’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달라”고 했다.

    우 대표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온 사업파트너에게 디벨로퍼라고 소개했더니 사람들이 웃더라”면서 “한국에서는 디벨로퍼를 ‘개발사기업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디벨로퍼는 말 그대로 땅이나 건물을 매입해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는 회사나 개인을 뜻한다. 대개 설계와 시공,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처리한다. 우 대표는 “미국에서는 디벨로퍼가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고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한 후 기관투자가에 사업계획을 설명해 투자를 끌어들여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디벨로퍼가 직접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사기꾼이나 브로커 취급을 받지만 미국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의 부가가치를 높여 성공한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부동산 개발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인정받는 것도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성과 수익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이전의 개발 성공 사례를 보여주면 투자하겠다는 금융회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월스트리트가 바로 옆인데 돈 걱정을 하겠느냐”며 웃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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