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같은 'LoL 프로게이머'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 중앙대 안성캠퍼스의 한 강의실. 수업이 끝나자 신입생 두 명을 학생들이 에워쌌다.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프로게이머 박상면·강찬용 선수로, 국내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팀 CJ엔투스 소속이다.

각각 스물넷과 스물셋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올해 신입생부터 중앙대가 e스포츠 특기자 전형을 신설하면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는 e스포츠가 야구나 축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특기자 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LoL 프로게이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만 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데다 억대 연봉을 받고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에서만 인기가 높았던 2000년대 초반의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LoL은 미국 브라질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다.

LoL은 나라별로 공식 대회가 있다. 한국에선 1년에 두 번 리그가 열린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가을에 열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각국 리그에서 상위권에 든 16개 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모여 챔피언을 가린다. 한국에선 삼성 KT 진에어 CJ 등이 11개 팀을 운영 중이다. 국내외 대회에서 받는 상금 외에 특별한 수익 모델은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에 대한 홍보 마케팅 차원에서 팀을 운영한다.

작년 말 LoL 게이머들 사이에선 소문이 파다했다. 삼성 갤럭시 블루팀 소속의 김혁규 선수가 중국팀으로부터 2억5000만원의 연봉을 제시받았고, 같은 팀의 배어진 선수는 영입 경쟁이 붙어 몸값이 6억6000만원까지 뛰었다는 얘기 등이었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적은 사실이었다.

삼성 갤럭시 블루팀과 화이트팀은 주전 선수 10명이 모두 중국으로 빠져나가 팀원을 전원 새로 구성해야 했다. 그 여파로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삼성 갤럭시는 올봄 국내 시즌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팀을 운영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재벌 2, 3세들이 구단주처럼 팀을 운영한다”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선수가 있으면 거액을 주고서라도 데려가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완다그룹 회장 아들이 세운 인빅터스게이밍이 대표적이다. 이 팀은 작년 말 한국인 선수만 4명을 데려갔다.

LoL 게이머들이 화려하기만 한 건 아니다. 한국에서 LoL 프로선수가 되는 건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 국내 LoL 프로팀은 보통 5명의 주전 선수와 3~5명의 후보 선수를 데리고 있다. 연습생을 거쳐 후보 선수에 오른 뒤에도 주전 5명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주전이 돼도 성적이 안 좋으면 후보 선수로 내려가거나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 한 전직 프로게이머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손목터널증후군 등에 시달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 비해 국내 LoL 프로선수의 평균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3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LoL과 스타크래프트 등 전체 e스포츠 프로선수의 51.9%는 연간 수입이 1200만원 미만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