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두법을 처음 도입한 지석영 선생은 1855년 한의학에 조예가 깊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어려서부터 총명한 지석영을 친분이 있는 당대 명망 있는 한의사 박영선에게 보내 공부하게 했다. 중국을 거쳐 들어온 서양 의학서 번역본을 탐독하며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법(우두 접종법)에 관심을 뒀다.

1876년 수신사 자격으로 일본을 다녀온 스승 박영선으로부터 ‘종두귀감’을 건네받았다. 1879년 부산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던 한 의원에서 두묘(천연두 예방용으로 쓰이는 소의 몸에서 뽑아낸 면역물질), 종두침, 접종기구 등 우두법을 배웠다. 충북 충주시 한 마을 어린이 40여명에게 우두를 처음 시술했고 성공했다.

1880년 2차 수신사 일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두묘 제조법을 더 배우고 돌아온 뒤 종두법 보급에 힘썼다. 이 무렵 개화파로 활동하며 선진문물 도입을 주장했고 1883년 문과에 급제한 뒤 관직에서 일했다. 갑오개혁과 함께 ‘종두규칙’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에게 우두 의무접종을 명시, 수많은 생명을 지킨 게 큰 업적이다. 1885년 조선학자가 쓴 최초 서양 의학서 ‘우두신설’을 펴냈다.

이후 독립협회 활동을 하며 한글 가로쓰기를 주창하기도 했다. 1899년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의학교 교장으로 7년여간 재직했다. 나라를 빼앗긴 후에는 은둔의 삶을 살다 1935년 2월1일 세상을 떠났다.

■ 지석영

1855년 5월15일 출생
1879년 최초 우두법 시술
1895년 ‘우두신설’ 편찬
1899년 경성의학교 교장
1935년 2월1일 타계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