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조선족 엄마의 아기, 외면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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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삶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 문 여는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오류동에 200명 생활…14일 개소
이주여성 출산·양육에 도움 줄 것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 문 여는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오류동에 200명 생활…14일 개소
이주여성 출산·양육에 도움 줄 것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는 1년 전 김 목사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했다. 열다섯살 된 조선족 소녀가 낳은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국내 한 미혼모센터의 연락이었다.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는 미혼모센터의 설명에 김 목사가 뒤늦게 나섰지만 소녀는 아이를 두고 중국으로 떠나버린 뒤였다. 소녀의 사연을 접하며 김 목사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 임산부들의 현실과 처음 마주쳤다.
김 목사는 은행 융자, 후원금 등으로 어렵게 건물을 매입해 센터를 세웠다. 지원센터는 지상 5층 건물로 산모와 영아가 쓸 단칸방 12개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 상담과 정기검진 등을 제공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원활한 상담을 위해 15개 언어로 통역을 지원한다. 이주여성 가정뿐 아니라 난민여성 등도 지원 대상이다.
김 목사가 이끄는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학교 등과도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모두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방치되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이들에게도 자기 뿌리를 지키면서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생존이 절박한 사람들인데 우리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해온 그는 이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합법, 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한국 사회에서 약자”라며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뜻 있는 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