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생 10명 가운데 4명은 ‘전공이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문계생의 67%는 ‘취업을 위해 반드시 복수전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문계생의 절반 가까이는 복수전공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최근 전국 대학교 3, 4학년 재학생 783명(인문 481명, 이공 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인문계생들의 졸업 후 전공 분야 취업 전망은 32.5%로 이공계생(62.1%)의 절반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철학과 4학년 K씨는 “취업이 안 되니까 학과생 대부분이 전공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자신의 전공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업유예 중인 불문과 4학년 L씨는 “저라도 기업실무 지식이 부족한 인문학 전공자를 뽑지 않을 것 같다”고 절망적인 답변을 내놨다.

인문계생의 27.1%는 ‘전공으로 취업 가능한 분야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나 이공계는 91% 이상이 전공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다. 심지어 인문계생 42.8%는 ‘전공 수업을 통해 진로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자 인문계생들은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25.2%)에 들이는 시간과 돈 투자가 전공 공부(21.3%)보다 더 많았다. 이는 이공계생들이 전공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에 따라 인문계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인문계생의 특기는 영어’라는 웃지 못할 유머도 나오고 있다. 국문과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S씨는 “인문계생에게 취업은 곧 영어이기에 토익 900점 이상은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명문대 중문과 4학년 C씨는 “올 하반기 벌써 수십 곳에서 탈락한 상태라 월 50만원을 받는 임시계약직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사학과 4학년 O씨도 “잇단 멘붕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공무원으로 돌아서는 친구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문계생들의 취업 고민을 돕고자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벗고 나섰다. 12일 전국 인문계생들의 취업 진로설계를 위한 ‘2014 청춘순례 인문계생 캠프’를 연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