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불용예산 소동이 벌어지더니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예산을 기껏 짜놓고는 연말이 임박한 시점에 와서야 각 부처에 쓰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반복한다. 더구나 올해는 재정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꾸로 재정긴축이 발등의 불이라고 야단이니 정책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세수 부족은 이미 상반기부터 예견됐다. 세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진작에 제기돼왔던 터다. 처음부터 재정관리계획을 제대로 만든 것인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내년이 더 문제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간판기업들조차 어닝쇼크다. 내년 법인세수는 급감할 것이 뻔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세수목표액 221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목표액보다 2.3%(5조원) 증액한 것이다. 올해 실제 세수가 10조원 펑크나면 당연히 차질이 생길 것이다. 2.3% 증가율을 유지하겠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내년 목표치를 10조원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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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내년 예산안과 세수목표치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바로잡을 것은 빨리 바로잡아야 더 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다. 국회가 순순히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재정 확대를 해보지도 못하고 긴축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그만큼 재정에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성장이 막히고 기업들이 예전만큼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경제의 냉엄한 현실을 재점검해야 한다. 나라살림을 하는데 보따리를 싸다 풀렀다를 반복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