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국 음식점 ‘피오라’의 김시준 씨(오른쪽)와 파트너 크리스 치폴리.
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국 음식점 ‘피오라’의 김시준 씨(오른쪽)와 파트너 크리스 치폴리.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슐랭가이드의 스타(★) 등급을 받은 또 하나의 한국 음식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맨해튼 트리베카 지역에서 ‘피오라(PIORA)’라는 이름의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이먼 김(33·한국명 김시준). 피오라는 ‘꽃봉오리가 벌어진다’는 뜻의 우리말 ‘피우다’에서 따 왔다. 김씨는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맛을 세계인의 입맛에 녹아들도록 하겠다는 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맨해튼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중 미슐랭 스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씨가 피오라를 연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파트너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요리사 크리스 치폴리(35)다. 두 사람은 2012년 말 처음 만났다. 당시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부숑(Bouchon)의 매니저였던 김씨는 “손님과 음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창업을 준비 중이었다.

김씨는 “어설프게 한식을 아는 요리사보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음식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치폴리를 파트너로 삼았다. 그리고 지난해 1월 한국의 숨은 맛집을 순회하는 3주간의 강행군을 함께하며 어떤 음식을 뉴요커들에게 선보일지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음식이 부카티 파스타와 옥토퍼스라는 이름의 문어 요리다. 부카티는 게를 쪄서 살을 바른 뒤 오징어 먹물에 흑마늘과 홍고추를 곁들였다. 옥토퍼스는 문어를 삶지 않고 고추장과 바비큐소스를 발라 구운 뒤 볶은 잣을 갈아서 뿌렸다. 모습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한국 맛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치폴리는 “한국 식재료와 양념이 어떻게 음식에 녹아드는지 직접 본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독창적이지만 세계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신선함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미슐랭 스타를 받아 음식에 대한 열정과 실험 정신을 검증받은 만큼 한국의 혼과 맛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