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차’ 싶었던 서반은 다시 판소리 다섯 마당의 대본과 영상 자료를 검토했다. 그는 직접 국립극장에 이메일을 보내 “‘춘향가’를 연출하겠다”고 했다. 오는 11월20일~12월6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춘향가(가제)’에 얽힌 뒷이야기다.
단원 오디션 및 작품 워크숍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안 카페에서 만났다. ‘춘향가’는 판소리 ‘춘향전’을 창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영상을 통해 다양한 버전의 ‘춘향전’을 봤다는 그는 “춘향의 이야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며 “이 작품을 보고 즉각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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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가멤논’ ‘벚꽃동산’ ‘트로이의 여인들’ 등의 연극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극장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오페라를 연출했다. “판소리를 처음 접했을 때 언어의 장벽과 음악 자체의 특별함 때문에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창극을 연출하는 일도 오페라 연출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의 언어를 갖고 있는 작품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하죠. 박물관의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이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가 꼽는 판소리 ‘춘향’의 매력은 뭘까. “사랑이죠. 춘향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믿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한 여인의 의지가 결국은 부패한 사회를 바꿉니다.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초월한 주제이기에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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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연출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낀 그는 “이번 작품에는 영상이 풍부하게 활용되고 움직임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무 작업에는 친분이 있는 안무가 안은미 씨가 나선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