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자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였다.”

컴퓨터는 사고 사람은 팔았다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0.15% 뒷걸음질친 1일 시황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다. 프로그램을 통한 순매수(컴퓨터)가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5928억원어치 들어왔지만 개별 종목을 찍어 주식을 내던진 투자자들(사람)이 이를 압도해버렸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5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연속 순매수 행진을 13거래일에서 마쳤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등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매로 좁혀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외국인들은 이날 프로그램을 통해 325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장기 투자 성향의 뮤추얼펀드는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 수십개의 주식을 한꺼번에 사는 반면 헤지펀드(단기 성향 펀드)는 개별 종목을 찍어서 거래한다”며 “장기와 단기 성향 투자자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현물시장에서 253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기관의 자금 유입 통로도 프로그램이었다. 전체 순매수액보다 많은 2720억원어치의 매수 주문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왔다. 특히 증권사(한국거래소 투자주체 분류상 금융투자) 주문이 많았다. 증권사들은 이날 현물시장에서 311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 중 2757억원을 프로그램을 통해 매수했다.

3조원 넘게 순매도하던 증권사들은 지난달 336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올 들어 처음으로 월별 순매수 기록을 썼다. 한 증권사 트레이딩 담당 직원은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을 크게 앞지른다는 점을 감안,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