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변사체 발견] 2주만에 백골화?…DNA 감식에 40일?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피하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망 시점과 원인 등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 검경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달 12일 그의 마지막 행적이 포착됐던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반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고가 명품인 ‘로로피아나’ 점퍼와 ‘와시바’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인 한국제약이 생산한 스쿠알렌과 그가 쓴 책의 제목인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천 가방 등의 유류품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 전 회장으로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에도 시신을 단순 변사체로 판단했다. 경찰은 단순 변사체 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라 시신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8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왼쪽 손가락의 지문 감식을 했다. 그러나 부패 정도가 심해 감식에 실패했다.

결국 변사체의 신원은 발견 40일 만에 국과수의 DNA 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과수는 금수원 내 유 전 회장 작업실에서 확보한 두 개의 DNA 시료와 해당 변사체 DNA가 일치한다는 의견을 22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변사체의 오른쪽 지문 감식을 국과수에 재차 의뢰했고 이날 오전 1시20분께 유 전 회장임을 최종 확인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수사당국은 시신이 유 전 회장으로 판명된 이후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평소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20억원이 든 현금가방의 행방이 묘연해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원파 측은 시신 주변에서 막걸리와 소주병 등이 발견된 점을 들어 “유 전 회장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시신이) 유 전 회장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력자와 함께 다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유 전 회장이 홀로 시신으로 발견된 것도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시신이 유병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과수의 감식기간이 40일로 지나치게 길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이상한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유 전 회장 DNA 분석에 사용된 방식인 뼈를 이용한 감식과 미토콘드리아 추출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한 달 이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과수와 경찰이 사전에 유 전 회장임을 파악하고 신중을 기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21일에야 유 전 회장임을 파악했다”며 사전 인지설을 일축했다.

김태호/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