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장 얘기' 없는 뉴타운 출구 전략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취재(본지 6월23일자 A1·3면(1·2) 참조)하기 위해 각 구청에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다. ‘서울시 자금 지원이 부족하다’ 등의 답변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주민을 만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다.

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 풀린 뒤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하려면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청 공무원들이 일일이 주민들 집을 방문해 사업 진행방향과 의미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다. 그러나 방문 때 집에 사람이 없어 서명을 받기 힘들고, 만나더라도 사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구청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주민 무관심은 주거환경관리사업지로 선정된 뒤에도 문제가 된다. A구청 재건축팀장은 “주민 대부분이 자신을 ‘서울시민’이라고 여기지 ‘연남동 주민’ ‘길음동 주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핵심은 마을 활성화인데 정작 주민들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커뮤니티운영위원회 등을 만들어도 전체 주민들과 동떨어진 단체가 되기 일쑤다.

실무자인 구청 담당 공무원과 주민 대부분은 주거환경관리사업 취지에 대해선 동의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위한 실천적인 방안과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낼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장에선 아이디어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B구청 도시정비팀장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인센티브를 줘서 주민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각 동네에 초등학교는 모두 있기 때문에 주민 재능기부활동 등을 학교에서 하면 비용·효율·관리·참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취재를 하며 만난 10여곳의 구청 담당자들은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 이상은 좋지만 현실과 다르다”며 “실무자로서 느낀 점과 개선책을 쉽게 건의할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도시정비정책이 바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이다. 이 정책의 성공 열쇠는 현장, 그리고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실무자 의견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