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희 동화엔텍 회장(왼쪽)이 부산 화전산단 공장에서 직원과 주력 제품인 열교환기의 성능과 수출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현 기자
김강희 동화엔텍 회장(왼쪽)이 부산 화전산단 공장에서 직원과 주력 제품인 열교환기의 성능과 수출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현 기자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있는 동화엔텍 2층. 김강희 동화엔텍 회장(80)의 집무실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2층이라고 했는데, 통로를 한 바퀴 돌아봐도 부회장실만 있고 회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미래를 생각하는 방’이라는 문패가 있는 곳이 회장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름이 괜찮느냐”며 “미래에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사내 MBA과정 개설

김 회장은 “미래의 도약은 현장에 있다”며 1층 생산 공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에 들어서니 쇠로 된 대형 열교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250t 이상 나가는 대형 육상용 플랜트 설비로 이달 말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마지막 페인트 작업 중이었다. 김 회장은 “선박용 60%, 발전용과 플랜트용 장비 40%를 생산해 불황을 이겨나가고 있다”며 “발전플랜트용 열교환기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엔텍의 경쟁력에 대해 김 회장은 “과거에는 설비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경쟁력에 차이가 있었지만 이젠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제일 중요하다”며 “사람이 재산인 만큼 직원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사내에 6개월 코스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개설해 올해(3회)도 15명이 배우고 있다.

○항공가스터빈용 열교환기도 개발

회사 성장에는 기술력을 뒷받침해온 연구개발(R&D)센터의 힘이 컸다. 1992년 설립된 센터는 열교환기를 1~2년마다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LNG선박용 제품과 소음기 등의 설계와 제작에 성공했다. 석·박사급 연구원 18명이 가스 관련 제품에 집중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항공가스터빈용 차세대 열교환기도 개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365명의 직원이 두산·삼성·대우중공업 등 240여개사에 제품을 팔아 지난해 1384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2년(1189억원)보다 성장했다. 올해도 수출이 늘면서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이 트렌드”

김 회장은 해운공사 공무부장을 지내다 1974년 선박수리업으로 독립했다. 친구처럼 지냈던 일본기업 직원들과 자주 만나면서 조선기자재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이 서 1980년 동화엔텍(옛 동화정기)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요즘 LNG 선박에 미래를 걸고 있다. 배 운항비의 60%는 기름값인데 원료비를 낮출 수 있는 LNG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LNG 가격이 싸지고 셰일가스가 나오고 있는 데다 환경문제로 선주들의 LNG 선박 발주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는 “대형조선소가 살아야 중소조선소, 조선기자재업체도 덩달아 성장하는데 중국이 너무 바짝 따라오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신속하게 바꿔 세계 최고 수준의 열교환기 생산업체 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