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해설자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저마다 노하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시청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초반에 MBC가 다소 앞섰던 월드컵 방송 시청률은 해설자의 인기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KBS 월드컵 중계에서 족집게 해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영표.
KBS 월드컵 중계에서 족집게 해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영표.
◆스페인 몰락 예측한 이영표의 예언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은 ‘족집게 예언’으로 인기다. 이 위원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 칠레의 B조 예선리그를 앞두고 “칠레가 6 대 4 정도로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대다수는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의 예언이 적중했다. 스페인은 칠레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0-2로 패했고, 2연패로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이 위원은 지난 14일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앞두고 스페인의 패배를 예측했고, 지난 15일 코트디부아르와 일본(2-1 코트디부아르 승), 이탈리아와 잉글랜드(2-1 이탈리아 승) 경기 스코어를 정확히 맞혔다. 지난 18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앞두고는 “촘촘한 러시아의 수비벽을 깰 무기가 이근호”라고 예측했다. 이근호는 후반 교체 투입돼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 위원의 족집게 예언 덕분에 KBS는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 중계에서 시청률 22.7%(닐슨코리아·전국 기준·전후반 평균)로 방송 3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출근족들이 휴대폰 등으로 즐겨보는 지상파DMB 시청률에서는 MBC가 0.106%, SBS 0.053%, KBS 0.043%(TNmS·수도권·전후반 평균) 순으로 나타났다.

◆안정환의 촌철살인 멘트

MBC 송종국(왼쪽) 안정환.
MBC 송종국(왼쪽) 안정환.
MBC의 DMB 시청률이 높은 것은 김성주 캐스터, 안정환·송종국 해설위원 삼총사가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쾌하고 짜임새 있는 호흡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은 결과다.

안 위원은 촌철살인 같은 멘트와 ‘버럭 해설’로 통쾌함을 준다. 그는 러시아전에서 이근호의 선제골에 “땡큐가 아니라 때땡큐, 더 고마운 표현이다. 소주라도 사야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를 보면서 “다시 태어나면 메시로 태어나고 싶다”고 극찬했다. “가랭이 슛” “꽈배기 슛” “쫑” 등 선수용(?) 어록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송 위원은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과 문제점을 짚어주며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분석력 뛰어난 차범근·두리 부자

SBS는 차범근·두리 부자와 배성재 캐스터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차두리 해설위원은 독일과 포르투갈전에서 단독 중계를 맡아 해설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선수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유창한 독일 원어 발음으로 선수들 이름을 불렀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뛰어난 분석력으로 국가대표급 해설을 자랑하는 만큼 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가끔 어려운 단어나 전문용어를 사용할 때는 차두리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가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배 캐스터는 이근호가 찬 공을 잡았다 놓친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에 대해 “러시아가 산유국이다. 골키퍼가 기름손이라 놓친 것 같다”고 말해 ‘기름손 골키퍼’ 어록을 유행시켰다.
SBS 차두리(왼쪽) 차범근.
SBS 차두리(왼쪽) 차범근.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