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국내 통합도산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임치용 변호사를 영입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 출신인 임 변호사는 2007년에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 기업회생팀장을 맡아왔다. 임 변호사는 작년 초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인 극동건설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이끌어 내는 등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인물이다. 2017년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법무법인(로펌) 간 핵심인재 영입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초부터 올 3월까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 국내 6대 로펌이 외부에서 영입한 파트너급 이상 변호사(외국 변호사 포함)는 총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회계사,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등 내로라하는 각 분야 실력자들도 주요 영입 대상이다.
[Law&Biz] 핵심인재 사냥 가속화…6대 로펌, 최근 3년간 외부영입(파트너급 이상) 50명
○스타플레이어를 잡아라

대형 로펌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법무법인 광장이다. 최근 3년 새 파트너급 이상 변호사를 16명 스카우트했다. 작년에는 김앤장에서 파트너급 미국 변호사 세 명을 데려왔다. 국제조세 부문 심재진 변호사, 인수합병(M&A) 부문의 김태형 변호사, 외국계기업 노무 부문 조현우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에는 박정원, 정환, 이민호 변호사 등 세종에서 공정거래팀을 이끌었던 변호사들을 통째로 데려왔다.

또 1세대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최정환 두우 변호사를 영입해 방송 인터넷 게임 등 분야를 맡겼다. 광장 측은 “각 분야 전문성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 수혈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세종도 작년부터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건설 분야에 법률 리스크 관리를 최초로 접목한 신웅식 변호사, 한화 법무실장을 지낸 부장검사 출신 채정석 변호사 등 거물급들이 속속 입성했다.

인재 쟁탈전의 주된 타깃은 ‘스타급’ 파트너 변호사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파트너가 움직이면 클라이언트(고객)가 움직인다”며 “파트너가 10~20년간 구축한 실력과 신뢰관계로 수많은 고객이 통째로 넘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율촌-화우, 치열한 맞불작전

송무보다는 기업자문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이동이 잦다. 특히 M&A와 공정거래 분야에서 인재확보 전쟁이 가장 치열하다. 최근 3년간 율촌과 화우는 M&A 및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들을 서로 빼앗고 뺏는 혈투를 벌였다.

율촌이 먼저 선공을 폈다. 2011~2012년 화우에서 변호사 5명을 데려왔다. 한국까르푸 뉴코아 등 유통업체 M&A를 주도한 신영재 변호사, 회생 회사인 인천정유의 M&A 거래 자문 등을 한 신영수 변호사, 신현화 변호사, 이형기 미국 변호사 등을 영입했다.

또 공정거래 분야의 거물 중 한 명인 박성범 변호사를 공정거래 그룹 부대표로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회사의 부당 공동행위 건에서 SK에너지 SK가스 측을 대리했다. 화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해 공정거래 분야 금창호 변호사를 율촌에서 데려왔고, 올해 영입한 M&A 전문가인 김도형 김성진 변호사도 율촌 출신이다.

○외국 로펌 거대자본 앞세워 ‘가세’

문제는 3년 뒤인 2017년부터 법률시장이 100% 개방됐을 때다.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채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내 로펌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로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계 세퍼드멀린의 김병수 대표변호사는 국내 진출 초창기부터 “100명 변호사가 목표”라며 한국 변호사 영입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영국계 해상전문로펌 클라이드앤코 역시 국내 진출시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