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와인 레스토랑 '뱅가'의 와인 저장고.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강남구 신사동 와인 레스토랑 '뱅가'의 와인 저장고.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와인 레스토랑 ‘뱅가’에 들어서면 와인 저장고인 ‘카브’에 있는 느낌이 든다. 아치형의 높은 천장과 함께 고풍스러운 나무와 벽돌이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뱅가의 인테리어는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 가와사키 다카오가 설계했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눈에 익숙한 소재가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꾸몄다. 조명의 밝기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다고 한다.

뱅가는 와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뱅(vin)’과 집을 의미하는 한자어 ‘가(家)’의 합성어다. 식사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내 와인 레스토랑 중 가장 많은 800여종의 와인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와인 잡지인 ‘와인스펙테이터’가 선정하는 ‘레스토랑 와인리스트 어워드’에서 3년 연속 ‘2글라스’를 수상했다. 와인스펙테이터의 2글라스 등급을 받은 곳은 국내에 두 곳뿐이다. 이곳에서는 샤토 라투르 1983년산, 샤토 무통 로실드 1985년산 등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보르도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조지프 펠프스 인시그니아, 할란 등 나파밸리의 컬트와인도 빈티지별로 마련돼 있다.

자리를 잡고 뱅가 스페셜 디너코스를 주문했다. 뱅가는 와인바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식사 메뉴보다는 단품 안주류 위주로 메뉴를 구성해왔지만 최근 비즈니스 고객의 저녁 코스 메뉴 요청이 많아지자 지난달부터 코스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페셜 치즈 보드, 한우 안심 스테이크, 문어 샐러드, 푸아그라 교자
(왼쪽부터) 스페셜 치즈 보드, 한우 안심 스테이크, 문어 샐러드, 푸아그라 교자
식당의 대표 소믈리에인 김준근 씨가 테이블을 담당하며 요리와 와인에 대해 설명했다. 입맛을 돋우는 ‘아뮤즈 부쉬’가 나온 후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됐다. 처음 나온 ‘문어샐러드’는 부드럽게 익힌 문어와 초리조(스페인 소시지)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소비뇽 블랑과 같은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하면 좋다고 김 소믈리에는 설명했다. ‘푸아그라 교자’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를 중국식 교자 안에 넣은 뱅가의 스페셜 메뉴다. 포트 와인으로 소스를 만들어 와인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농어 등 생선요리와 소르베를 지나 메인 메뉴가 나왔다. 최상급 한우 안심 스테이크에 루콜라 샐러드와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였다. 보르도나 나파밸리 지역의 진한 레드와인과 ‘마리아주’를 이룬다. 디저트로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가 나왔다. 김 소믈리에는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각각 추천받아 마시고 싶다면 6명 정도가 함께 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디너 코스의 가격은 8만8000원이다. 고급스러운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면 별도로 ‘와규스테이크’(11만원) ‘립아이스테이크’(14만원부터)를 주문하면 된다.

이곳을 방문해 와인만 마시고 싶은 사람은 스페셜 치즈 보드를 주문하면 된다. 브리, 므루시아 알비노, 랑그르, 고르곤졸라 피칸테, 셰브르, 숙성 고다 등 다양한 치즈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로 가격은 5만원이다. 뱅가에는 70여개 좌석이 있다. 각각 4명, 8명이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룸 두 개가 있다. 모임 인원이 12명에 달할 경우 두 방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매일 오후 7시에는 피아노 공연 등 라이브 연주가 시작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퓨전 스타일로 연주하는 국내 정상급 크로스오버 재즈밴드 ‘코즈(COZ)’를 비롯해 유명 대학의 재즈 전공자들이 요일별로 출연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