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는 지금도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의 물심양면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창설한 고(故) 권신찬 목사의 사위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헌금을 기반으로 세모그룹을 일으켰지만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1991년엔 신도들의 헌금에서 11억여원을 끌어다 쓴 혐의(사기)로 구속돼 4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와 부침을 같이한 셈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최대주주(20%)인 트라이곤코리아에 258억원을 장기 대여해주고 있다. 3년 전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280억원을 빌린 트라이곤코리아는 자본금 5억원에 불과한 주택 건설업체다. 하지만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트라이곤코리아에 연 5.86%로 여타 신용협동조합(7%대)보다 싼 이자를 받고 장기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이 밖에도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 전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소시지 가공업체 에그앤씨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보유한 토지 덕분에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소시지 가공사업에 나설 수 있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금수원이 보유한 44억원 규모의 토지와 함께 자체 보유 토지도 에그앤씨드에 제공했다. 금수원은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창고업체다. 자본금은 7억원에 불과하지만 경기 안성에 적지 않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자택은 안성 금수원 인근에 있다. 그는 1997년 세모그룹 부도 이후 감취를 감췄지만 영문으로 ‘Ahae’(兒孩·아이의 옛말로 유씨의 호)라는 이름의 얼굴 없는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