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너무 가파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론] 환율급락의 파장과 대응과제
줄곧 하한선을 유지해 오던 1050원 선이 지난 10일 붕괴되더니 11일에는 하루 만에 1040원도 무너져 1036원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8년 8월13일 1033.4원 이후 최저다. 원·엔 환율도 1021.04원으로 추락해 2008년 9월11일 1011.84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원·달러, 원·엔 환율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환율로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4년 1월~2007년 7월 사이 원·엔 환율은 1100원대에서 800원대로 47%나 절상됐다. 그 결과 2004년 323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2008년 1~3분기 중 33억달러 적자로 주저앉아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한국은 맥없이 외화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그 때도 예외 없이 펀더멘털이 좋다고 주장하면서 리먼 파산 한 달 전에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세간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지금도 펀더멘털 타령이다. 2002~2011년 10년간 연평균 14.6% 증가하던 수출이 지난해 2.1% 증가로 추락해도 펀더멘털이 좋다고 한다. 심지어 수출해 보았자 대기업만 좋은 일이라는 냉소적인 포퓰리즘도 들린다. 수출 못해 납품중소기업들까지 어려워지면 그렇지 않아도 하늘의 별따기인 일자리는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라 수입이 감소해서 생긴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두고 밖에서는 원화 절상압력이 제기되고 있건만 안에서는 자화자찬뿐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급격한 원화절상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물론 미국 중앙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임을 시사한 점이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고 투자자들에게 다시 신흥시장국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환율을 그대로 방관할 수밖에 없게 한 데는 연이은 국제금융 이벤트가 한몫 하고 있다. 지난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가 연이어 열렸다.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속에서 불황형이기는 하지만 경상수지흑자가 GDP(국내총생산)의 6%를 넘고 있으니 환율안정을 위한 미세조정 개입도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환차익을 노리고 원화절상에 베팅하고 있다. 외국인주식순매수 동향을 보면 2013년 6~10월 중 15조원을 순매수해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익과 주가수익률을 누린 뒤 2013년 11월~2014년 1월 4조원을 순유출했다. 그리고 다시 2월부터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 13일간 3조1000억원을 집중매수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 환율급락의 원인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앞으로 두어 달은 더 순매수가 이어지고 그 결과 환율은 더 하락할 것이다. 외환당국의 저지선을 예상하는 외국투자자들과 외환당국 간의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종국에는 원·달러 환율이 1차 저지선 1030원이 무너지고 2차 저지선 1020원도 무너져 1010원을 내다보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로 상승하는 경우 원·엔 환율은 1000원대도 무너질 것이다. 한국 수출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원·엔 환율 적정수준 사수가 올해 한국 경제 분수령이다. 당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엔 환율 추가 하락을 막는 한편 외국인의 힘에 의해 반복적으로 하락 상승하면서 국부만 유출되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한경연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