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입사했다 뒤늦게 ‘민중의 지팡이’가 된
대기업 그만두고 '사이버요원' 된 반미영 경장
여경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팀 반미영 경장(32·사진). 2012년 사이버수사요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그는 인터넷명예훼손 등 사이버범죄 업무를 담당하는 팀의 홍일점이다.

반 경장은 서울의 4년제 공대를 졸업하고 2005년 1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7년간 일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연구만 하는 일이 단조롭게 느껴져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반 경장은 13일 “어느 순간 드라마 속 형사들처럼 전문 분야를 살려 활동적으로 일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이 전문분야인 그는 사이버범죄의 IP(인터넷주소)를 추적하고 악성 프로그램이 어떤 코드로 돼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100건이 넘는 IP를 일일이 추적해 악성댓글을 단 사람들을 무더기 입건했다. 작년에는 변심한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남성을 잡으려고 며칠간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다.

반 경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 참여한 스터디모임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소속 한 경찰관을 만난 뒤 이직을 결심했다. 첫 출근날 동료 경찰들은 “보수도 적고 힘만 드는 곳에 왜 굳이 왔느냐”고 했다고 한다.

반 경장은 “야간 당직이 잦고 민원이 많아 업무상 스트레스가 꽤 큰 편”이라며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 일할 때는 회사의 수익만을 위해 근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경찰로 근무하면서부터는 스스로의 성취감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어 일하는 게 더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범죄는 최근 들어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범죄유형 중 하나여서 신경 쓸 것이 많고 특히 해킹과 관련한 범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