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바를 갖춘 대형식당 ‘모리샤브’를 찾은 손님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강창동 기자
샐러드바를 갖춘 대형식당 ‘모리샤브’를 찾은 손님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강창동 기자
지난 28일 낮 12시 서울 중구 황학동 청계8가에 있는 대형 식당 ‘모리샤브’. 4층 건물 중 2층에 자리잡아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지 않고는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안에는 벌써 대기석을 꽉 메운 손님들이 마냥 좌석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 건너에는 왕십리 뉴타운 첫 입주 아파트란 현수막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이 식당의 자리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식당은 430㎡(약 130평) 규모로 하루 450명 손님이 들르고 있다.

○외식업이 복합매장으로 진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330㎡(100평)대 대형 식당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활황세는 오간데 없고, 업체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빕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대형 식당들은 레스토랑을 찾는 수요층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마진을 줄이거나 저가 메뉴를 신설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3만~4만원대 스테이크 메뉴는 불황기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최근 외식 시장에 등장하는 대형 식당들은 카페 분위기에 샐러드바를 접목한 복합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도 1만원대로 낮췄다. 음식의 품격과 가격으로 패밀리레스토랑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샐러드바라고 해서 야채 샐러드만 달랑 몇 가지 내놓은 수준이 아니다. 식사 메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깔스런 메뉴가 대부분이다. 차라리 ‘푸드바’에 가까워 손님들도 만족감을 나타낸다. 기존의 뷔페나 패밀리레스토랑 못지않은 품질이다.

모리샤브에서는 샤부샤부 요리를 기본으로 샐러드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퓨전한식이 즐비한 샐러드바와 각종 음료, 커피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식당의 경쟁력이다. 최진욱 모리샤브 마케팅팀장은 “점심 때는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들이 진을 치고 저녁에는 직장인이 많다”며 “샤부샤부에 들어가는 야채와 국물은 소주 안주로 제격이어서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회식장소 1순위로 꼽는다”고 전했다. 평일 점심 시간 1인당 가격은 1만2800원, 저녁에는 1만5800원이다. 주말에는 점심과 저녁 가릴 것 없이 1만7800원이다. 1인당 지출액(객단가)은 1만3500원이라고 최 팀장은 귀띔했다.

그는 “모리샤브 7개점 모두 직영점 체제로 운영 중인데, 창업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와 가맹점 창업이 가능한 ‘툭툭샐러드바’를 테스트 매장으로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툭툭샐러드바는 모리샤브를 축약한 형태로 홍대 정문 앞에 있으며 하루 방문객이 400명 선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모리샤브에서 점심을 마친 직장인 권은주 씨(35·서울 쌍림동)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시푸드레스토랑과 패밀리레스토랑을 자주 다녔는데 가격이 비싼 게 흠이었다”며 “샐러드바를 갖춘 한식당들의 품질과 가격이 훨씬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샐러드바가 한식당으로 확산


샐러드바 개념이 대형 한식당에도 접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한식이 밥, 반찬, 국으로 구성되는 ‘한상차림’ 형태였다면 최근엔 모든 요리를 먹기 쉬운 일품요리 형태로 풀어내 샐러드바를 접목한 대형 한식당이 나타났다. 한정식 뷔페인 ‘풀잎채’는 곤드레가마솥밥, 함흥비빔냉면 등 40여 가지 새로운 한식 메뉴를 갖춘 대형 한식당이다. 여기에 훈제오리, 치킨,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춘 샐러드바를 매장 중앙에 설치했다. 가격은 평일 1만2900원, 주말과 공휴일은 1만5000원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채선당도 최근 ‘채선당플러스’를 선보였다. 채선당플러스의 핵심은 샐러드바이다. 바에는 12가지 야채, 치킨, 돈가스, 우동, 비빔밥 등 세미 뷔페 메뉴를 마련해 1인당 1만2800원(점심)과 1만5800원(저녁)을 받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NBG는 한식 샐러드 뷔페인 ‘화려한 식탁 N테이블’을 최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안에 개점했다. 60여 가지 한식 메뉴와 함께 샐러드바를 갖췄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샐러드바를 설치한 대형 식당은 식재료비와 인건비에서 승부가 난다”면서 “창업희망자라면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업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