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는 전문기술과 실용영어를 접목해 청년들이 질 좋은 해외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의료진단기기업체 액세스바이오에 들어간 서유영 씨(왼쪽부터), 호주에서 용접기사로 취업한 주혁 씨,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의 조리사로 취업한 김해룡 씨가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한국폴리텍대 제공
한국폴리텍대는 전문기술과 실용영어를 접목해 청년들이 질 좋은 해외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의료진단기기업체 액세스바이오에 들어간 서유영 씨(왼쪽부터), 호주에서 용접기사로 취업한 주혁 씨,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의 조리사로 취업한 김해룡 씨가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한국폴리텍대 제공
“한국폴리텍대에서 2년간 배우며 호주 용접기사 자격증을 땄고 학교가 마련해 준 영어교육 프로그램도 모두 마쳤습니다. 그 결과 용접 기술자로 정식 취업해 연봉 700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주혁·33·호주 아틀라스중공업)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 중 8번째는 ‘청년 친화적 일자리 확충 기반 조성’이다. 그러나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39.7%에 그쳤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 30%대로 내려앉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된 데다 기업에 남아 있는 일자리와 청년층 선호 일자리가 서로 다른 ‘미스매치’가 여전해서다.

○모든 리포트 영어 작성 훈련

정부는 이 같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취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부처마다 흩어져 있던 청년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K무브’사업으로 단일화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폴리텍대,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 외교부와 KOICA 등이 협업한다.

전문기술 교육에 특화한 폴리텍대는 실용영어 교육을 접목시켜 질 좋은 해외 취업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고 있다.

4년제 대학 철학과를 중퇴한 주혁 씨는 해외 취업을 위해 2009년 폴리텍대 서울정수캠퍼스 그린에너지설비과 다기능(전문학사) 과정에 입학했다. 2년간 호주 용접기사 자격에 필수인 34개 용접 과정을 이수하면서 리포트 등을 모두 영어로 작성하는 훈련도 받았다. 저녁에는 학교와 연계한 영어학원을 꾸준히 다녀 호주 취업비자 취득 요건인 국제영어시험(IELTS) 5점을 받았다. 졸업 직후인 2011년 3월 1년6개월 임시 취업비자를 받아 호주 브리즈번의 아틀라스중공업 용접파트에 계약직으로 들어간 그는 지난해 말 연봉 7000만원 이상을 받는 정규직이 됐다. 주씨는 “취업을 위한 기본은 전문기술이지만 해외 직장에서 적응하려면 영어가 필수”라며 “실생활용 언어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호철 씨(28)도 주씨와 같은 과정을 밟아 호주에서 용접 기술자로 취업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전주 신기술연수센터에 개설한 해외취업 단기교육과정(고급특수용접 및 영어)을 통해 호주에 두 명, 캐나다에 한 명을 취업시켰다.

○미국 뉴질랜드 미얀마 등 취업 성공

폴리텍대 영주캠퍼스 자동차과 기능사 과정(1년제)을 내달 수료하는 이석형 씨(36)도 전문기술과 영어를 무기로 뉴질랜드 취업에 성공했다.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태국 여행사와 일본 무역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폴리텍대에서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작년 10월 뉴질랜드 마스터자동차에 조기 취업해 현재 자동차 수입 업무를 맡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폴리텍대 바이오생명정보과에 재입학해 세계적 의료진단기 업체인 미국 액세스바이오에 작년 10월 입사한 서유영 씨(27), 레스토랑에서 서빙 직원으로 일하다 1년제 기능사 과정인 전통식품조리과학과를 마치고 작년 3월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에 조리사로 들어간 김해룡 씨(25) 등도 전문기술과 영어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집중영어캠프 수강생 1000명 돌파

박종구 이사장
박종구 이사장
영어교육 강화는 2011년 취임한 박종구 이사장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2012년 여름부터 남원캠퍼스에서 방학마다 여는 집중영어캠퍼스에는 이번 겨울방학까지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참여했다. 집중영어캠퍼스는 일정한 상황을 주고 영어로 대화하는 실전 영어 교육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다. 이 대학은 한국무역협회·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해외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실무어학교육과정도 개설했다.

박연우 한국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장은 “세계 각국의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서 해외 취업도 까다로워지는 추세기 때문에 정부는 전문기술과 영어 교육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