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아마추어 스윙 같은데?…리드 '역발상'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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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치고 왼발이 뒤로 빠지는 '엉뚱한 폼'으로 휴매너챌린지 정상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에 체중 남아
한결같은 리듬으로 스윙 밸런스 잘 잡아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에 체중 남아
한결같은 리듬으로 스윙 밸런스 잘 잡아
“앗! 아마추어 골퍼가 스윙하는 듯한 폼이네.”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6950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 PGA투어 휴매너챌린지(총상금 570만달러) 우승자 패트릭 리드(24·미국)의 독특한 스윙이 화제다.
리드의 스윙을 보면 임팩트 직후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뒤 뒤로 빠진다. 흡사 아마추어 골퍼들이 드라이버 스윙 도중 왼 다리를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며 춤추듯 스텝을 밟는 모습이다.(그림 참조) 임팩트 직후 피니시까지 왼발이 지면에서 단단히 버텨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스윙 이론에 한참 벗어나 있다.
이뿐 아니다. 공을 치고 나서도 오른발이 지면에 붙어 있다. 피니시에 거의 도달했을 때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진다. 체중 이동을 못하는 아마추어 같다. 기존 골프 스윙 이론을 완전히 뒤집고 PGA투어 우승컵을 안은 리드의 스윙 비밀은 무엇일까.
◆긴 클럽 칠 때 왼발 움직여
리드가 스윙 도중 왼발을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 긴 클럽을 사용할 때다.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를 사용할 때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졌고 짧은 파4홀에서 롱아이언으로 티샷할 때도 왼발이 가만히 있지 못했다. 다만 쇼트아이언과 100야드 안팎 거리에서 웨지를 사용할 때는 교과서적인 스윙처럼 왼발을 지면에 붙인 채 스윙을 마쳤다.
이번 대회 해설을 맡은 천건우 SBS골프 해설위원은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은 클럽 헤드 속도가 나면서 다리 왼편으로 돌아가는 힘이 강하게 걸리다보니 왼발이 밀린다”며 “하지만 쇼트아이언이나 웨지는 스윙 도중 강한 힘이 필요하지 않아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위원은 이어 “일반적으로 임팩트 직후 왼쪽이 스윙 축을 이루지만 리드는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이 지면에 붙어 있어 스윙 축이 오른발에 남는다”며 “대부분 허리 아래쪽이 돌아가면서 파워를 내는데 리드는 허리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 임팩트 시점에 오른쪽 히프가 강하게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그는 “허리를 빨리 돌리면 자칫 허리가 빠질 수 있으나 리드는 허리가 빠지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잘 돌리고 있다”며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이 지면에 머물러 있다보니 방향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똑같은 리듬으로 스윙 밸런스
리드의 폼은 얼핏 보기에 아마추어 스윙 같지만 1라운드 1번홀부터 마지막 라운드 18번홀까지 스윙 리듬이 한결같았다. 천 위원은 “작년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드라이버샷이 좌우로 흔들렸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미스샷이 거의 없었다”며 “23세의 어린 선수가 일관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4라운드 내내 똑같은 스윙을 해 대단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발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서 스윙 도중 왼발이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드라이버나 샌드웨지나 똑같은 타이밍으로 스윙할 수 있는 리듬만 갖춘다면 왼발이 떨어져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프로인 김혜윤(25)도 드라이버샷을 할 때 고정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지 않고 발을 움직이면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스윙을 시작하면서 오른발을 타깃 반대쪽으로 약간 옮기고 다운스윙 때는 왼발을 들어올렸다가 지면을 내디디면서 샷을 한다.
김혜윤은 “정지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샷을 해보니 리듬도 좋고 거리도 더 난다”고 말했다.
◆25세 이하 2승한 세 번째 선수
스윙 폼은 아마추어 같지만 리드의 성적은 놀라웠다. 대회 첫날부터 사흘 연속 9타를 줄이며 3라운드 합계 27언더파로 미국 PGA투어 54홀 최소타 신기록(종전 25언더파)을 갈아치웠다.
7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한 리드는 마지막날 우승에 대한 중압감으로 1타밖에 줄이지 못했으나 2위 라이언 파머(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이 대회 37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4라운드 연속 선두)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2승째를 거둔 리드는 로리 매킬로이(6승), 해리스 잉글리시(2승)에 이어 만 25세 이하로 2승 이상을 거둔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리드가 첫승을 거둘 때 아내 저스틴이 캐디를 했으나 이번에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 처남이 캐디백을 멨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위창수(42)가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23위에 올라 가장 성적이 좋았다. 노승열(23·나이키골프)과 재미동포 제임스 한(33)은 합계 15언더파 공동 38위, 케빈 나(30·타이틀리스트)는 합계 14언더파 공동 48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6950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 PGA투어 휴매너챌린지(총상금 570만달러) 우승자 패트릭 리드(24·미국)의 독특한 스윙이 화제다.
리드의 스윙을 보면 임팩트 직후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뒤 뒤로 빠진다. 흡사 아마추어 골퍼들이 드라이버 스윙 도중 왼 다리를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며 춤추듯 스텝을 밟는 모습이다.(그림 참조) 임팩트 직후 피니시까지 왼발이 지면에서 단단히 버텨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스윙 이론에 한참 벗어나 있다.
이뿐 아니다. 공을 치고 나서도 오른발이 지면에 붙어 있다. 피니시에 거의 도달했을 때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진다. 체중 이동을 못하는 아마추어 같다. 기존 골프 스윙 이론을 완전히 뒤집고 PGA투어 우승컵을 안은 리드의 스윙 비밀은 무엇일까.
◆긴 클럽 칠 때 왼발 움직여
리드가 스윙 도중 왼발을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 긴 클럽을 사용할 때다.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를 사용할 때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졌고 짧은 파4홀에서 롱아이언으로 티샷할 때도 왼발이 가만히 있지 못했다. 다만 쇼트아이언과 100야드 안팎 거리에서 웨지를 사용할 때는 교과서적인 스윙처럼 왼발을 지면에 붙인 채 스윙을 마쳤다.
이번 대회 해설을 맡은 천건우 SBS골프 해설위원은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은 클럽 헤드 속도가 나면서 다리 왼편으로 돌아가는 힘이 강하게 걸리다보니 왼발이 밀린다”며 “하지만 쇼트아이언이나 웨지는 스윙 도중 강한 힘이 필요하지 않아 왼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위원은 이어 “일반적으로 임팩트 직후 왼쪽이 스윙 축을 이루지만 리드는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이 지면에 붙어 있어 스윙 축이 오른발에 남는다”며 “대부분 허리 아래쪽이 돌아가면서 파워를 내는데 리드는 허리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 임팩트 시점에 오른쪽 히프가 강하게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그는 “허리를 빨리 돌리면 자칫 허리가 빠질 수 있으나 리드는 허리가 빠지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잘 돌리고 있다”며 “임팩트 이후에도 오른발이 지면에 머물러 있다보니 방향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똑같은 리듬으로 스윙 밸런스
리드의 폼은 얼핏 보기에 아마추어 스윙 같지만 1라운드 1번홀부터 마지막 라운드 18번홀까지 스윙 리듬이 한결같았다. 천 위원은 “작년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드라이버샷이 좌우로 흔들렸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미스샷이 거의 없었다”며 “23세의 어린 선수가 일관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4라운드 내내 똑같은 스윙을 해 대단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발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서 스윙 도중 왼발이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드라이버나 샌드웨지나 똑같은 타이밍으로 스윙할 수 있는 리듬만 갖춘다면 왼발이 떨어져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프로인 김혜윤(25)도 드라이버샷을 할 때 고정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지 않고 발을 움직이면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스윙을 시작하면서 오른발을 타깃 반대쪽으로 약간 옮기고 다운스윙 때는 왼발을 들어올렸다가 지면을 내디디면서 샷을 한다.
김혜윤은 “정지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샷을 해보니 리듬도 좋고 거리도 더 난다”고 말했다.
◆25세 이하 2승한 세 번째 선수
스윙 폼은 아마추어 같지만 리드의 성적은 놀라웠다. 대회 첫날부터 사흘 연속 9타를 줄이며 3라운드 합계 27언더파로 미국 PGA투어 54홀 최소타 신기록(종전 25언더파)을 갈아치웠다.
7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한 리드는 마지막날 우승에 대한 중압감으로 1타밖에 줄이지 못했으나 2위 라이언 파머(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이 대회 37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4라운드 연속 선두)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2승째를 거둔 리드는 로리 매킬로이(6승), 해리스 잉글리시(2승)에 이어 만 25세 이하로 2승 이상을 거둔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리드가 첫승을 거둘 때 아내 저스틴이 캐디를 했으나 이번에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 처남이 캐디백을 멨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위창수(42)가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23위에 올라 가장 성적이 좋았다. 노승열(23·나이키골프)과 재미동포 제임스 한(33)은 합계 15언더파 공동 38위, 케빈 나(30·타이틀리스트)는 합계 14언더파 공동 48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