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는 평균 4% 내려…보험보다 자비 처리 늘듯
금융감독원은 ‘사고 내용’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달라지는 제도를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28일 보험개발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개선안을 확정해 이르면 2015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접촉·사망사고 벌점 같아져
개선안에 따르면 보험료 부과 기준이 사고 경중에 따른 점수제에서 경중에 상관없이 사고를 많이 낼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건수제로 바뀐다.
지금은 접촉사고는 0.5점, 사망사고는 4점식으로 사고 경중에 따라 점수를 달리 부여하고 있다. 벌점이 많을수록 자동차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이를 고쳐 모든 사고에 똑같이 1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나 사망사고에 똑같은 벌점이 부과된다.
김성호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서비스실장은 “이렇게 되면 사고 경험이 있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20%인 346만명의 보험료가 평균 12%가량 오른다”고 말했다.
대신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든다.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를 깎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사고를 내면 3년간 보험료 할인을 금지하는 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사고 경력이 있어도 이후 1년간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가 할인된다. 보험개발원은 “무사고 운전자 1380만명의 보험료가 평균 약 4% 낮아진다”고 밝혔다.
○“보험사들만 유리” 지적도
금융당국이 겨냥하는 건 접촉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들이다. 지금은 수리비 200만원 이하의 접촉사고는 벌점 0.5점이 부과된다. 1점마다 등급이 오르기 때문에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작은 사고조차 보험 처리를 하려는 운전자가 많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료 수입은 늘어나지 않지만, 사고 예방을 촉진해 사고율이 하락하면 손보사들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 비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료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자비로 사고를 처리해 소비자의 부담만 증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론 손보사들의 보험금 지급은 줄고, 보험료만 오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