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500점대가 '만점 둔갑'…부정행위 적발
스마트폰, 사진 자동전송 앱, 초소형 수신장치 등을 동원한 토익(TOEIC)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토익 고득점자의 답안을 외부로 유출해 다른 수험생에게 전파한 혐의(업무방해)로 이모씨(30)와 허모씨(31)를 구속했다. 이들에게 돈을 받고 시험답안을 유출한 대학생 엄모씨(27)도 구속됐다. 돈을 주고 부정시험을 치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1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컴퓨터 전문가인 이씨 등은 최근 네 차례 토익시험에서 평균 970점(990점 만점)을 받은 엄씨를 한 번 시험에 150만원을 준다는 조건으로 섭외했다. 엄씨는 지난달 27일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멀쩡한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그 안에 스마트폰(위 사진)을 이용한 무선촬영장치를 설치한 뒤 응시했다. 촬영된 영상은 사진 자동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전송됐다.

이씨 등은 시험장 밖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답안을 내려받아 400만원을 내고 부정시험에 응시한 ‘고객’에게 전파했다. 같은 시험장에 있던 수험생 12명은 귓속에 넣은 지름 2㎜ 크기의 초소형 음향수신장치(아래 사진)를 통해 답을 전달받았다. “갑자기 고득점을 받으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이씨 등의 지시에 따라 일부러 오답을 적어낸 응시생도 있었다.

부정행위로 500~600점대에 불과하던 응시생의 점수는 사전채점 결과 800~900점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인 박모씨(28)는 유출된 답안을 그대로 적어내 엄씨와 함께 990점을 받았다.

조사결과 이씨와 허씨는 공대 출신으로 전국 규모의 컴퓨터 프로그램 대회 등에서 입상한 경력까지 있는 전문가로 친구 사이였다. 과거 토익 대리시험을 시도했다가 사기를 당한 뒤 올해 초부터 이번 일을 꾸몄다. 이씨 등은 6월 이후 엄씨를 고용해 세 번의 실전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등 치밀하게 부정행위를 준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타지에 사는 응시생들이 한꺼번에 부산의 한 시험장에 몰렸고, 이미 올해 8월 만점을 받은 적이 있는 엄씨가 해당 고사장에서 출장 응시생과 함께 시험을 치는 것을 의심한 토익위원회의 신고로 적발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