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배임액을 원심보다 줄이면서도 “죄질이 나쁘다”며 불법대출을 받은 피고인의 형량을 늘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하)는 1일 에이스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황희 전 종합터미널고양(주) 대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는 원심인 징역 6년보다 2년 많아진 것이다. 이 전 대표에게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재건 전 에이스저축은행 여신담당 전무에게도 원심(징역 5년)보다 늘어난 7년을 선고했다. 최 전 전무에게 부과된 벌금과 추징금은 각각 약 3억6000만원으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판단한 이 사건의 배임액 규모는 원심보다 줄었다. 원심은 고양터미널 시공과 관련한 배임액을 약 4100억원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보다 약 500억원 적은 약 3600억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죄질이 나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형량을 늘렸다.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범행을 부인하며 저축은행 경영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에이스저축은행이 파산에 이르러 다수의 예금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윤영규 전 에이스저축은행 대표에 대해서는 원심의 징역 3년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반성의 자세를 보이고 있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도 없어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허가했던 보석을 이날 취소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조사 결과 이들은 2005년부터 고양터미널 사업과 관련해 7200억원대 부실대출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